송재훈 교수 < 성균관 의대 감염내과 > 지난 3월부터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SARS)에 대한 공포가 이제 극에 달하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 7일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세계 19개국에서 2천4백16명의 환자가 발생,이 중 89명이 사망했다. 특히 중국 광둥 지역과 홍콩에서 환자가 집중 발생함에 따라 WHO에선 이 질병의 국제적인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이 두 지역으로의 여행을 자제하라는 매우 이례적인 여행 권고안까지 발표했다. 세계 모든 언론에서 앞다투어 사스의 위험성을 경고하다 보니 일반인들이 가지는 공포심은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막연한 공포심은 이 질병의 예방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생활 리듬을 깨뜨리는 문제점도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사스가 충격을 주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며 아직도 환자 발생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불안한 요소다. 그렇지만 이 병과 관련하여 현재까지 확인된 몇 가지 사실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이 병은 원인이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인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일 것으로 강력히 추정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비롯한 세계 10여개 실험실에서 동일한 검사 결과를 내고 있으며 몇가지 추가로 확인할 사실이 있다. 더 이상 원인 불명의 질병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두번째로 각 언론에서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환자의 수는 반드시 WHO의 공식 집계를 따라야 한다. WHO에서는 4월 1일자로 개정된 진단 기준을 발표했었다. 이 기준에 따라 세계 모든 나라에서 사스로 일단 의심되는 환자의 수를 공식 집계하고 있다. 이 숫자는 지난 2월부터 새로 발생한 사스 환자의 수가 아니라 작년 11월부터 중국 광둥 지역에서 발생했던 3백50여명의 비정형 폐렴 환자를 최근에 포함시킨 것이다. 물론 이 환자들도 사스일 것으로 생각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사스 환자의 수가 갑자기 급증한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오히려 진원지라고 하는 중국 광둥 지역과 홍콩에서의 환자 증가 추세는 최근 둔화되고 있다. 새로 발생하는 국제적인 전파도 각국의 방역 대책 덕에 현저히 줄고 있다. 세번째로 이 질병은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로는 밀접한 접촉으로 인해 전파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공기로 인한 전파 가능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있다. 현재까지 환자 발생이 확인된 19개국중 2차 감염이 확인된 나라는 6개국뿐이다. 효과적인 방역 대책이 대규모 확산을 저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실례다. 이는 공기 전파의 가능성을 낮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네번째로 사스의 치료에 대해 홍콩에서 항바이러스 제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외의 치료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스의 치사율은 3∼4%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폐렴의 치사율보다 결코 높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스에 걸리면 무조건 사망한다는 식의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지병이 있거나 노약자에게 사스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실제로 1957년 발생한 아시아 독감으로 9만8천명,68년의 홍콩 독감으로 4만5천명이 사망했다. 매년 독감으로 죽는 환자가 미국에서만 3만6천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일반인들의 공포를 자극한 적은 없었다.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로는 사스의 전파력은 인플루엔자만큼 강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사항들이 사스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막연히 공포심을 갖는 것보다는 보건 당국에서 공표하는 예방 지침 등을 충실히 따르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