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새 정부의 잘못된 출발..安國臣 <중앙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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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들어선지 두달도 안됐다.
그러나 인수위 때부터의 컬러가 너무나 뚜렷해 앞으로 4년 10개월의 행로가 그려진다.
낡은 정치판의 3김 시대와는 확실히 다른 참신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3김 시대 뺨치는 대중영합주의와 값비싼 시행착오도 예견된다.
이런 예견을 내놓는 이유는 새 정부가 벌써 중요한 잘못을 많이 범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새 정부의 중요한 잘못은 크게 네가지다.
첫째,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형평우선이라는 인식을 국내외에 심어주었다는 점이다.
효율과 형평을 같이 살려 나간다는 것은 지당한 이념이다.
이는 실상 DJ정부하에서도 추구한 이념이다.
그러나 사회보장의 근간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가 도입되고 국가경쟁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세계화시대에서도 이 이념을 요란하게 표방하는 것은 형평우선으로 비치게 마련이다.
이는 과도한 분배욕구의 분출과 성장잠재력의 약화로 차차 작용한다.
효율과 형평을 가급적 조화시키되 양자가 충돌할 때는 '지속가능한 형평'을 위해서도 효율을 우선해야 하는 것이 새 세기의 올바른 국정방향이다.
둘째,법과 원칙을 뒷전으로 밀치는 노·사·정 관계다.
DJ정부는 불법노사분규 현장에 노무현씨를 비롯한 정치인들을 보내 노사 대타협을 종용할 정도로 집권 초기에 근로자 우호정권이었다.
그러나 노조가 공공부문과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에 걸림돌 노릇을 한다는 것을 거듭 경험하고 나서 집권후기에 법과 원칙을 내세우는 '신자유주의정권'으로 어렵게 돌아섰다.
작년 가톨릭교회가 그리스도 사랑과 포용의 정신이 없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보건의료산업노조를 '핍박'한 것은 새 시대에 걸맞은 노동규율을 세우는 이정표였다.
새 정부는 이런 역사적 경험과 의의를 도외시하고 DJ정부 초기보다 더한 대중영합주의를 두산중공업 사태에서 보였다.
노사관계는 뜨거운 가슴과 인도주의로 접근해서 될 일이 아니다.
찬 머리와 국제규범으로 풀어야 할 일이다.
셋째,지난번 본란에서 지적한 바 있는 북핵문제에 대한 안이한 접근방식이다.
우리 정부는 한결같이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평화적 해결의 원칙에 반대할 사람이 한반도에 누가 있겠는가? 문제는 북한의 핵개발 의도이다.
만약 북한이 핵개발 의도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일어날 일은 두 가지 중 하나다.
미국이 핵발전소를 파괴해 단기에 국지분쟁이 일어나는 것이 하나다.
우리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는 것이 다른 하나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후자 쪽인 것 같다.
그러나 후자에는 미국이 끝까지 용인할 것인가와 북한이 어떤 행패를 부릴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이런 불확실성은 우리 경제에 전자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경제에 필요한 국내외자본은 그렇게 생각한다.
"가서 확인해 보니 핵개발을 강행하면 우리가 아무리 말려도 미국은 때릴 것 같더라.그러니 핵개발을 포기하라.그러면 국제적으로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받도록 해 주겠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이렇게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면 진정한 민족공조이자 한·미공조이다.
우리 정부가 이렇게 해낼 의사와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큰 것이 문제다.
넷째,불안한 대통령의 언행이다.
대통령의 튀는 언행은 이제 지지자들마저 불안해 할 정도다.
시스템과 해당 정부부처는 가려지고,대통령의 지시와 비선(秘線)이 두드러지는 것은 양김시대에 익숙했던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이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챙기고 모든 분야에서 설쳐야 개혁이 된다면 이는 사이비 개혁이고 법치를 무시한 인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대통령과 같이 해 경제와 사회를 불안하게 해서는 안된다.
집권 초의 네가지 잘못된 출발을 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표방하는 '동북아 중심'은 말장난 밖에 안되고,우리나라를 선진국의 문턱에서 밑으로 굴려 떨어뜨리는 '실패한 정부'가 되기 쉽다.
ksahn@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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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