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표류하는 비동기 IMT-2000 : 업계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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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내 비동기방식 3세대 이동통신(IMT-2000)인 W-CDMA 서비스를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하도록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06년 말에는 전국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생각하고 1조3천억원씩의 출연금을 들여 사업권을 따냈던 SK텔레콤과 KTF는 서비스 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지역 서비스망을 구축하는데 만도 3천억~5천억원의 투자가 필요한데다 동기방식 2.5세대(cdma2000 1x) 및 3세대(cdma2000 1x EV-DO) 서비스와 차별화하기 어려워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불투명한 시장성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동통신업체들이 W-CDMA 서비스 문제로 속이 시커멓게 타고 있다"고 말했다.
돈이 되지 않을 게 뻔한데 정부로부터 독려받는 처지에 놓인 까닭이다.
SK텔레콤과 KTF는 동기식 3세대(EV-DO)서비스인 '준'(June)과 '핌'(Fimm)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주문형 동영상(VOD)이나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MMS) 등 W-CDMA의 핵심 서비스를 기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에서 진화한 3세대 통신(EV-DO)에서도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연초 W-CDMA에 5천1백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가 주가폭락 사태를 겪었다.
내부적으론 2004년 하반기 시범서비스, 2005년 하반기 상용서비스가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KTF도 시장성에 의문을 가지긴 마찬가지다.
KTF는 당초 2천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투자를 머뭇거리면서 SK텔레콤에 공동으로 망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당초 KTF는 6월, SK텔레콤은 3.4분기중 상용서비스를 목표로 잡았다.
◆ 기술논란 심화 =서비스업체들은 기술문제도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내 W-CDMA 서비스를 시작하려면 기존 휴대폰 통신망과 W-CDMA를 연동하는 듀얼모드.듀얼밴드 단말기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이 단말기는 오는 6월께나 양산될 예정인데다 안정화 시험에도 상당 기간이 걸린다.
단말기 값이 비싼데다 배터리 소모량도 많아 수요가 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서비스업체들의 주장이다.
◆ 외국 사업자도 연기 =외국의 W-CDMA 서비스 사업자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야 본격적인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W-CDMA 상용 서비스를 하고 있는 사업자는 일본의 NTT도코모와 J폰 정도다.
이용요금도 문제다.
허치슨3G는 음성통화와 화상통화를 번들로 묶어 월 85유로(약 11만4천원) 또는 1백40유로(18만7천원)의 정액제로 경쟁 사업자의 대량통화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지만 너무 비싼 수준이다.
◆ 장비업체 입장 =막대한 자금을 들여 장비를 개발했는데 W-CDMA 서비스의 차질로 세계 휴대폰 시장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비동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당초 일정대로 서비스가 시작되면 단말기나 시스템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며 "서비스 연기를 장비개발이 안된 탓으로 돌리는 것은 핑계"라고 주장했다.
또 W-CDMA 서비스가 계속 미뤄질 경우 내수시장 기반이 무너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장비 업체의 반발이 심하고 정부도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어 통신서비스 업체들은 연내 일부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되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지 않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강현철.김남국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