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 주인공 우주소년 아톰이 태어난 날 일본 언론은 아톰 열기로 가득찼다. 이라크 전쟁 속보가 이날도 예외 없이 머리기사로 올라왔지만,아톰의 생일을 축하하는 밝은 소식들이 더 눈길을 끌었다. "일본 로봇 개발사의 원점은 아톰에 있습니다. 우리 세대의 과학자들은 모두 아톰을 꿈에 그리며 인간의 마음을 가진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일념으로 연구에 매달려 왔습니다." 떠들썩한 생일잔치와 아톰 마케팅 열기를 경쟁적으로 전하면서도 일본 언론은 이날 로봇 전문가들의 다짐을 빼놓지 않았다.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가 펜 끝으로 로봇 우주소년을 그려냈다면,자신들은 연구와 실험으로 주인공에 버금가는 로봇을 만들어 내겠다는 포부다. 일본 과학자들의 최종 목표는 인간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로봇을 탄생시키는데 있다. 여기에다 아톰처럼 사람의 마음과 감정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 아톰 영화를 보며 자라서인지 몰라도 일본의 인간형 로봇 개발 열기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뜨겁다. 두 다리로 걷는 로봇 아시모를 2000년 세계 최초로 발표한 혼다는 86년부터 인간형 로봇에 목표를 두고 연구를 시작했다. 와세다대학은 '와보트-1'이라는 로봇을 7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내기도 했다. 로봇을 차세대 유망상품의 하나로 삼은 일본 기업들의 개발 경쟁은 가사보조,노약자 수발 등 일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활 속의 로봇을 속속 탄생시키고 있다. 일본 전문가들은 대중화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로봇산업이 앞으로 컴퓨터산업을 능가하는 초대형 사이즈로 커질 수 있다고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사람 곁에 두고 자유롭게 부릴 수 있는 파트너 로봇이 가정을 파고든다면 시장은 자연적으로 급팽창할 것이라며 자신감에 차 있다. 일본 산업계의 경쟁력 부활에 로봇이 견인차로 앞장설 경우,아톰은 최고의 주인공으로 다시 한번 각광 받을지 모른다. 일본의 과학 엘리트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인간형 로봇을 만들겠다는 꿈과 희망을 심어준 것은 만화 속의 아톰이었기 때문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