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종전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금과 미국국채 스위스프랑화 등 세계 3대 '안전도피처(safe haven)' 상품들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CNN은 8일 개전 이전에는 전쟁 프리미엄까지 붙으면서 급등하던 이들 상품의 가격이 지난 주말을 고비로 급락세로 반전,안전 도피처의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고 분석했다. 조기 종전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회복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안전도피처 상품을 대거 매각하고,주식과 달러화 등 가장 보편적인 투자처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도피 상품들의 인기 퇴조는 제1의 안전 도피처인 금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제 금값(6월물 기준)은 7일 한때 온스당 3백20.1달러로 6달러(1.8%) 급락했다. 이에 따라 전쟁우려로 연초 온스당 3백80달러에 육박했던 금값은 이후 17% 급락,전쟁프리미엄을 모두 반납했다. 1차상품 정보서비스 업체 에너지트렌드앨러트사의 전략가 그래디 가레트는 "이번 전쟁과 관련한 안전도피처로서의 금의 역할은 끝났다"고 단언했다. 미국채로 몰렸던 국제자금이 급속히 빠져 나가면서 국채값도 하락기조로 접어들고 있다. 거래량이 가장 많아 장기금리 지표로 활용돼온 10년물 미국채 가격은 이날 액면가 1천달러당 5.63달러가 떨어졌다. 이에 따라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금리)은 0.07%포인트 오른 4.03%로 개전(3월18일) 이후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리먼브러더스증권의 수석 투자전략가 로버트 맥아티는 "투자자들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 프랑화의 인기도 시들해지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뉴욕시장에서 프랑화 가치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 4일의 달러당 1.3854프랑에서 1.4003프랑으로 급락했다. 3개월 만의 가장 낮은 수준으로 프랑화의 전쟁프리미엄도 모두 사라진 셈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