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자라나는 세대를 가르치는 곳이다. 학교의 가장 큰 목표는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과 학습 여건을 제공함으로써 지덕체(智德體)를 고루 갖춘 전인(全人)으로 키워내는 일이다. '참교육'이란 말 역시 보다 좋은 환경에서 이뤄지는 올바른 교육을 의미하는 것에 다름아닐 터이다. 참교육을 내세우는 선생님들의 주장대로라면 교권 수호는 학생들의 학습권 수호를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근래 전교조의 움직임을 보면 학습권은 뒷전으로 내쳐진 듯하다. 교권 수호라는 이름 아래 교원들의 권익옹호를 위한 투쟁 일변도로 치닫는다는 지적이 많은 걸 보면 특히 그렇다. 결국 동료교사와의 갈등에 따른 교단분열은 물론 심지어 교사와 학부모와의 대립 양상마저 나타나는 실정이다. 이렇게까지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전교조 소속 일부 교사들의 투쟁적 태도와 일방적 주장 외에 관행에서 비롯된 학내 행정의 비합리적 요소,교육부의 무관심 내지 수수방관 등이 얽혀 합의점을 못찾고 평행선을 달려온 결과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다고 해도 학교인 만큼 대화와 양보로 푸는 게 순리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간에 두꺼운 장벽을 친 채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건 결코 옳지 않다. 더욱이 전교조 교사의 경우 교장선생님이나 동료교사와의 갈등을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표출하거나 수업시간에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을 펴는 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용인될 수 없다. 학생들에게 떳떳하고 그럼으로써 존경받고 싶다면 먼저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무장하고 성실한 교재 준비와 열정어린 수업에 힘을 쏟는 게 순서다. 원인이 무엇이고 대상이 누구든 학내 갈등의 최대 피해자는 학생이다. 어떤 경우에도 교권 수호를 위해 학습권을 무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오랜 교직생활 끝에 퇴임한 한 선생님의 회고는 교사라면 누구나 새겨들을 만하다 싶다. "가장 안타까운 건 좀더 열심히 가르치지 못한 것과 말썽을 피운다고 가슴에 못박는 험한 말을 한 일입니다. 다시 시작한다면 모든 학생을 깊은 사랑으로 대하고 싶습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