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취임한 김동건 서울지방법원장(사진)이 법원 조직개혁과 관행타파를 강력히 역설한 것으로 8일 뒤늦게 알려져 법원 안팎에서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표적 보수집단인 법조계에서 조직의 '상층부'를 형성하고 있는 법원장이 '변화'와 '개혁'을 화두로 삼은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취임사에서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사법부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개혁의 세부적인 내용에 이르면 논의가 분분해진다"면서 "그 이유는 당장 어느 누구도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변혁"이라고 단호하게 말한 뒤 "우리 사법부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식의 후진성 극복 등 자기변혁이 우선돼야 한다"며 개혁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김 원장은 특히 "관행보다 더 무서운 죄악은 없다"며 "법관은 관행이란 이름하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상투적이고 의례적인 관행을 깨뜨리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개혁실천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관행보다 더 무서운 죄악은 없다'는 20세기 독일의 대표적 여성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말과 '개혁은 창조적 파괴'라는 독일의 경제학자 슘페터의 말을 인용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