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終戰)랠리"는 끝난 것일까. 증시 전문가들은 전쟁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며 이젠 경기(실적)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한다. 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이라크 전쟁의 종결 기대감은 이미 시장에 반영됐으며 주가가 추가 상승하기 위해선 새로운 모멘텀(계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회복과 기업의 실적개선이 그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부문에 대해 아직도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경기지표가 계속 나쁘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경기의 발목을 잡았던 국제유가도 계속 떨어질지 불투명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전황(戰況)보다 기업실적 추이,경기지표,유가동향,반도체 가격 등 펀더멘털(경제의 기초체력) 요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황에서 펀더멘털로 시장참여자들의 관심이 전황에서 펀더멘털로 옮겨가고 있다. 7일 미국 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장 초반 종전랠리로 3% 이상 급등했으나 장 후반 '전후에도 미국 경제의 회복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0.43% 소폭 상승으로 마감됐다. 이날 조사전문업체인 미 톰슨퍼스트콜은 1·4분기(1∼3월) 실적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놓은 미국 기업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업체보다 2.9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1년 경기침체 때보다 더 부정적인 것이다. 국내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1·4분기 실적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SK증권은 2·4분기 주요 상장기업의 매출이 5% 가량 줄어드는 등 실적둔화세가 2·4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상승,IT경기 침체 및 국내 소비위축,D램 가격 약세 등이 악재 요인이다. 실제 기업생산,출하,재고 등의 거시지표는 올 들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시황 전문가들이 이번 주가반등의 목표치를 610∼620선으로 다소 제한적으로 잡고 있는 것도 기업실적 악화 우려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와 IT경기가 변수 전문가들은 유가동향과 IT경기 회복여부가 가장 큰 변수라고 지적한다. 올 들어 한국증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심했던 것도 유가상승 때문이었다. 한국은 아시아국가 중 국내총생산(GDP)대비 원유수입 비중이 유일하게 5%가 넘는 나라다. 이는 뒤집어 보면 유가하락시 한국경제가 가장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최근 유가급락시 국내 주가의 상승폭이 두드러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현재로선 유가전망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논의에 들어간데다 전후 이라크 석유 개발권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 예상되면서 유가의 추가 하락여부는 불투명해진 상태다. IT경기도 아직까지 주가 발목을 잡는 악재로 남아 있다. 김승식 삼성증권 증권조사팀장은 미국 IT경기와 관련, "신규 주문 증가에도 불구하고 IT산업의 가동률은 매우 낮은 상태여서 IT산업의 투자 회복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통신장비부문을 제외한 컴퓨터,소프트웨어,반도체 등은 가동률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어 하반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살아 있다. 실제로 4월 들어 반도체 D램 현물가가 상승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김석규 대표는 "단기적으로 유가와 D램가격의 추이가 주가에 결정적인 재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