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 대한 외국인의 매수강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8.64%의 지분을 확보해 1대주주가 된 크레스트 시큐러티즈에 이어 또 다른 외국계 펀드가 추격매수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펀드의 매입의도가 여전히 안개에 싸여 있어 개인투자자들은 단기급등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SK와 크레스트 접촉 SK와 크레스트는 8일 당초 예정했던 공식 만남 대신 전화를 통한 비공식 접촉을 가졌다. 크레스트는 이날 오후 4시30분 SK 본사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약속장소를 서울시내 호텔로 변경한 뒤 오후 6시께 만남을 일단 취소한다고 통보해왔다. 이 과정에서 크레스트측은 주식매수 배경을 간접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남은 크레스트를 운영하는 소버린펀드의 제임스 피터 최고운영책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피터씨는 크레스트의 SK주식 매집창구였던 도이치은행의 이머징마켓 담당자이기도 하다. SK는 이날 1대주주인 크레스트측에 현재 회사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주식을 사들인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할 방침이었다. SK 관계자는 "크레스트측에서 공식만남 취소방침을 전해왔으며 이유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며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외국인 세력 등장 외국인은 이날 SK주식 2백21만주(2백5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 7일에도 1백22만주를 삼성증권 창구를 통해 사들였다. 지난달 19일 25.15%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37.35%로 급증했다. 증권업계는 매집세력이 누구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매수창구인 삼성증권 관계자는 "해외영업팀에서 주문을 받고 있지만 실명공개는 관련 규정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다른 외국계 펀드가 가세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SK 방어 나서나 SK와 사업상 관계가 있는 중앙석유가 이날 SK주식 1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물량은 12만5천주에 불과하지만 SK측이 관계기업 등 우호세력을 앞세워 경영권 방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SK측은 현상황에서 굳이 주식 추가매입을 통한 경영권 방어에 나설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유지분에 대한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이른바 그린메일이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것은 아닌지 크레스트측 의도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태웅·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