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wpaik@inje.ac.kr 일전에 우리나라 국민의 언어 능력과 관련하여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한글을 단순히 읽고 쓰는 국민은 많지만 글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문해력(文解力)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성인의 문해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었으며 특히 고학력일수록 세계 수준과 격차가 컸다고 한다. 이는 우리말 어휘의 70% 이상이 한자에서 유래됐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60년대 말부터 한자교육을 등한시해 온 결과다. 우리 주변을 보면 60년대 이후 교육받은 한글전용 1세대인 40대, 50대 초반도 한자를 잘 모르고 있으며 특히 철학이나 과학,의학계통의 전문적인 분야에서는 한자의 뜻을 몰라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높은 단계의 지식을 습득하는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부에서는 한글만으로도 언어생활이나 학문 연구에 불편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 이유는 한자는 남의 나라 말이 아니라 1천년 이상 사용해 온 우리말이기 때문이다.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입장은 식민지 시절 일제가 우리 것을 말살하려는 현실 하에 우리 것을 지키려던 정신을 이어 지나치게 민족주의적 명분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또한 외국어로서도 한자는 높은 가치를 지닌다. 21세기 한국은 헌팅턴(미국의 지리·기상학자)이 이야기하듯 중국 일본과 더불어 동아시아란 세계의 주요 문명지로 부상할 것이기에 17억명이나 되는 한자 사용자와의 의사소통 수단으로도 한자는 중요하다. 한자를 알면 중국어나 일본어를 배우는 노력이 반으로 절감되는 것은 물론 설사 상대방의 말을 모른다 해도 서로 한자를 써 가면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자를 우리 생활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중고등학교에서 선택적으로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본 문부성의 연구에 따르면 6∼10세에 한자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학습효과가 오래 간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초등학교에서부터 한자교육을 시작해야 하며,대학 입시에도 한자가 반영되어야 중고등학교의 한자교육이 지속될 것이다. 젊은 노무현 정부가 한자 교육에 앞장서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21세기 지식사회에서 한민족의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이는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