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이라크 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전후 처리를 위한 움직임들이 시작되고 있다. 이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미국 행정부 내에서조차 이라크 재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또 미국의 동맹국들과 유엔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임시정부 수립 계획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전후 처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이 될 것이다. 만신창이가 된 이라크 경제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가 바로 그것이다. 이라크 전후 처리 계획은 아직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쟁과정에서 이라크의 사회기반 시설들은 미·영 연합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십년여에 걸친 전쟁과 유엔의 경제제재 결과 이라크 경제는 이미 빈사상태에 빠져있다. 경제가 작동하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요건이라 할 수 있는 공용화폐도 사라져 버렸다. 전쟁 직전까지 이라크는 두개의 화폐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스위스디나르'라 불리는 것으로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에서 통용되는 화폐이고 나머지 하나는 '사담디나르'로 나머지 이라크 지역에서 사용되는 것이다. 달러화에 대한 스위스디나르 가치는 최근 급등했다. 전후 화폐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사람들이 화폐 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담디나르의 가치는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폭락해 버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라크에는 통화정책은 고사하고 이를 구상하고 집행할 통화당국조차 없다. 따라서 공용통화를 확립하는 것은 이라크 경제를 정상화시키는 데 있어 우선 과제중 하나다. 재건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예산시스템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은 이라크 경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긴급 현안들에 무수히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외부채 처리문제가 단적인 예다. 이 문제에서 쟁점은 이라크의 부채를 정권에 귀속시킬 것인가,이라크라는 국가에 귀속시킬까 하는 점이다. 부채에 대한 최종 책임이 사담 후세인 정권에 있다고 판단할 경우 상환거부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아질수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경제가 정상화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석유 처리 문제다. 이라크의 경우 원유 매장량은 방대하지만 지난 12년간의 수출제재조치로 유전개발산업은 황폐화됐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의 산유량을 지난 1991년 걸프전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유 수출이 빨리 재개될수록 이라크 경제 회복은 그만큼 앞당겨질 것이다. 이라크의 원유 수출 재개는 나아가 세계 경제회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전후 세계 경제 회복의 관건은 이라크전 종결이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해 줄수 있을 것인가 여부다. 그동안 세계 경제의 성장이 둔화된 핵심 원인이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아랍권의 보복 테러위협은 여전히 전세계에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킬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테러가 발생한다면 투자와 소비는 급속히 위축될 수 있다. 결국 사담 후세인 제거는 미국 경제회복의 한 계기가 될 뿐,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지 인터넷판에 4월 8일 실린 'Helping Iraq,and the world,to recover'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