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서쪽지역을 장악한 미군은 9일 시내를 가로지르는 티그리스강 동쪽에서도 대규모 군사공격을 시작했다. 미 제1해병원정대는 이날 수도 남동쪽 군사공항인 라시드공항을 장악한 뒤 점차 전선을 동으로 확대해가고 있다. 미 5군단 소속 병사들도 개전 후 처음으로 바그다드 북쪽에서 시내로 진격했다. 미군 중부사령부의 빈센트 브룩스 준장은 이날 "사담 후세인 정권이 바그다드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브룩스 준장은 정례 전황 브리핑을 통해 "현재 후세인 정권은 질서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많은 이라크 국민들이 폭정으로 부터 자유를 회복했다"고 주장했다. .바그다드 시민들은 이날 도심을 향해 진격해 들어오는 미군을 향해 "굿, 굿, 부시"라고 외치며 환영했다고 CNN은 전했다. 바그다드 중심부에서 3㎞ 가량 떨어진 하바비야 구역에서는 수백명의 군중이 해병대원들을 태운 7대의 전투차량을 환영하면서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거대한 초상화를 찢기도 했다. 그러나 바그다드 시내 전체가 전시 무정부 상태에 빠져 광범위한 약탈 행위가 자행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수십명의 젊은이들이 떼지어 정부청사와 경찰서 등에 몰려가 에어컨 냉장고 등을 들어내는 모습이 목격됐다. .제101 공중강습사단은 바그다드 서쪽지역에 위치한 8층짜리 공화국수비대 사령부 건물을 공격했다. 바그다드 동쪽에서 도심으로 진격 중인 미 해병대는 이날 3천여명의 군인이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의 탄약을 노획했다. 미군은 대통령궁에 이르는 통로를 확보한 데 이어 티그리스강을 가로지르는 알 줌후리야 다리에도 탱크를 배치,인근 지역을 장악했다. 강 동부지역에서 교전이 발생한 것은 미군 기갑부대의 바그다드 도심 진입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미 국방부는 개전 이래 9일까지 미군 94명이 숨지고 1백55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사망 유형을 보면 79명은 아군측 오발이나 이라크 공화국수비대와 교전과정에서 목숨을 잃었고 나머지 15명은 우발적 사건·사고에 의해 숨졌다. 또 미군 7명이 전쟁포로로 억류돼 있고 8명은 행방불명된 상태다. .AP통신은 미·영 연합군을 향한 자살공격을 촉구하는 오사마 빈 라덴의 육성 녹음 테이프가 입수됐다고 밝혔다. 이 통신은 파키스탄에서 '압딜'이라고 신원을 밝힌 알제리 국적 인물로부터 빈 라덴의 육성으로 보이는 테이프를 입수했다고 전했다. 빈 라덴은 세계 각지의 이슬람교도들에게 무고한 이라크 어린이들을 대신해 복수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 시설물을 목표로 '자살공격'을 벌이라고 부추겼다. 그는 코란을 광범위하게 인용한 27분짜리 테이프를 통해 미국은 곧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수단을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인한·권순철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