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를 쓴 다치바나 다카시(立花 隆)는 저널리스트 출신의 저명한 평론가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도쿄대 교양학부 강의를 맡으면서 느꼈던 점을 이 책에 담았는데 '글쓰기'를 대학교육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지적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졸업 후 어떤 직업을 갖든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본소양인데도 대학교육에서 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제도가 비슷해서인지 우리나라 학생들도 글쓰기에는 무척 약한 것 같다. 어휘력 부족은 물론이고 문법과 맞춤법이 엉망이어서 도무지 문맥이 통하지 않는다고 교수들은 입을 모은다.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서울대는 오늘 국내 대학 처음으로 '글쓰기 교실'을 연다는 소식이다. 이곳에서는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전담교수와 박사과정의 조교들이 면담을 한 뒤 강의 리포트와 작문 등을 바로잡아 준다고 한다. 글쓰기는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능력을 키우는 전제조건이다. 글쓰기에 자신이 없다면 자신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대학사회에서는 학문의 수준이 높은데도 제대로 글을 쓰지 못해 유수한 저널 등에 발표를 못 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예지만 공대 졸업생에게 가장 큰 직장의 애로사항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해당분야의 전공이 아니고 글쓰기였다는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고 한다. 제품설명이 잘못돼 회사가 엄청난 손해배상을 하는 경우도 글쓰기와 무관치 않다. 학창시절부터 글쓰기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탓이다. 사실 글쓰기는 쉬운 일이 아니어서 글을 쓰는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과 불안에 시달린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매일 몇 줄이라도 자기의 생각을 글로 써 보고,좋은 글을 분석해 보고,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에게 읽히는 것은 글쓰기의 불안을 떨치는 요령이기도 하다. 글쓰기는 그 자체가 즐거움일 수 있다. 간결하고 담백한 언어의 맛을 경험한다든지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글쓰기에서나 즐길 수 있는 일이다. 서울대의 '글쓰기교실'이 '바보 탈출'의 관문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