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펀드인 크레스트 시큐러티즈(Crest Securities)가 SK㈜ 지분 매입으로 9일 현재 2백억원이 넘는 평가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날 SK에 대한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져 이 회사 주가가 급락세로 돌변한 가운데 개인의 투기적 매수세까지 유입돼 SK의 주가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크레스트는 SK 지분 매집으로 이날 현재 2백30억원의 평가이익을 얻었다. 크레스트가 SK 지분 8.64%(1천96만여주)를 사들이는데 투입한 자금은 모두 9백70억원(주당 8천8백50원).SK 주가가 이날 1만9백50원으로 마감됐기 때문에 크레스트의 지분 평가액은 1천2백억원에 달한다. 코스닥등록기업인 중앙석유도 이날 SK 주식의 단기매매를 통해 1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외국계 '큰손'과 국내기업이 이처럼 많은 이익을 거두고 있는 반면 개인들은 뒤늦게 추격매수에 나서고 있어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7,8일 이틀 간 SK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던 외국인은 이날 매도세로 돌변,80억원어치 가량을 순매도했다. 국내기관도 3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1백13억원 가량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날 하루 SK 주식 거래량은 전체 발행물량의 10%에 가까운 1천1백97만주에 달했다. SK 주가는 크레스트가 지분 매입을 시작한 지난달 26일 8천6백원이었지만 이후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한때 1만3천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이날 10% 가까이 급락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날 오전 한때 주가가 1만3천원대를 넘어서면서 외국인이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낸 반면 개인은 투기적 매수세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증권 유영국 과장은 "SK 주가는 펀더멘털보다는 크레스트의 주식 매집에 따라 급등했다"며 "지분 매집 의도가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만큼 개인들의 추격매수는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