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잭슨(원주 TG)과 김병철(대구 동양)의 3점슛 대결로 펼쳐지던 챔피언결정전에 복병이 등장했다. 바로 지난 시즌 신인왕과 최우수선수상(MVP)을 독식했던 김승현(동양). 김승현은 9일 원주에서 열린 TG와의 4차전에서 경기를 원만히 조율하면서도 승부처인 2, 3쿼터에서만 6개의 3점슛을 던져 5개를 꽂아넣는 득점력도 과시해 승부를 2승2패로 균형을 맞췄다. 21득점에 8리바운드, 5어시스트, 3스틸의 전방위적 활약. 상대 가드인 허재의 노련미와 승부욕에 가려있던 김승현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이를 악물고 나왔는지 초반부터 골밑을 맹렬히 파고 들었다. 팀의 첫 공격에서 잽싸게 골밑 돌파를 시도해 허재의 파울을 이끌어낸 뒤 자유투로 포문을 연 김승현은 2쿼터에서부터 화려한 슛잔치를 벌였다. 끈질기게 자신을 따라붙던 허재가 잠시라도 동료의 협력 수비에 가담하면 김승현은 다람쥐처럼 빈 곳을 찾았고 그의 손을 떠난 슛은 어김없이 깔끔하게 림을 갈랐다. 14-23으로 뒤진 채 들어간 2쿼터 시작하자마자 추격을 알리는 시원한 3점슛을 꽂아넣은 김승현은 32-36으로 뒤진 전반 종료 2분전 1점차로 따라붙는 두번째 외곽슛을 터트렸다. 김병철이 양경민의 밀착 마크에 묶인 가운데 터진 김승현의 3점슛은 TG를 이끄는 허재의 발을 더욱 무겁게 했으며 동시에 동양의 기를 한껏 살렸다. 3쿼터 중반 다시 한번 김승현의 슛이 림을 꿰뚫었을 때 동양은 57-44, 13점차로 도망가며 사실상 승부의 추를 동양에게 가져왔다. 김승현은 3쿼터 막판 4번째 파울을 저질렀지만 그의 승부욕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파울 트러블에 걸렸지만 양경민의 속공 레이업슛을 번개같이 달려오며 블록슛으로 날린 것은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기에 충분했다. 김승현은 정규리그에서 단 1개의 블록슛을 기록했을 뿐이었다. "(박)지현이가 교체 멤버로 있어서 5반칙 퇴장을 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의욕적인 플레이를 펼쳤다"는 김승현은 40분 풀타임을 뛰고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내일의 승리를 다짐했다. "찬스가 나서 슛을 던졌을 뿐"이라는 김승현은 "우승을 향하기보다는 한 경기 한 경기 후회없는 한 판을 하겠다는 각오로 경기장에 나선다"고 말했다. (원주=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