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넘 나한테 딱 걸렸어! .. '오! 해피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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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란 인생에서 맛볼 수 있는 최대의 기쁨이고,인간에게 주어진 광기어린 일이다."(스탕달)
장나라가 주연한 '오! 해피데이'(제작 황기성사단·감독 윤학열)는 '사랑의 광기'를 유머로 포장한 로맨틱코미디다.
'찍은 넘(?) 내꺼 만들기*^^*'란 카피가 전하듯 인터넷세대의 여성이 남성을 상대로 '러브게임'을 주도한다.
주인공 공희지(장나라)는 적극성을 넘어 거의 저돌적이다.
다만 강약과 완급이 구비된 작전으로 '찍힌 넘' 김현준(박정철)이 달아나지 않고 그물에 걸리는 것이다.
러브게임에 동원된 스토킹도 사랑이란 이름으로 용서된다.
공동주연 박정철과 중견배우 장항선 김해숙 김수미 등의 연기가 빛나지만 이 영화는 '장나라의 영화'다.
장나라의 몸을 던진 구애 액션에 철저히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벽에 매달리거나 한강철로변 위를 걷기,강물속으로 투신하기 등은 거의 액션영화를 방불케 한다.
그녀는 극중에서 말 안 듣는 남자의 목비틀기,와인을 소주처럼 마시기,치질수술로 엉덩이를 치켜든 채 신음하곤 한다.
탐탁찮은 상황에선 인상을 쓰고 소리지르거나 두 눈을 부릅뜨는 등 천변만화의 표정을 짓는다.
고고한 백조가 수면아래에서 얼마나 발장구를 쳐야 하는지를 포착한 것이다.
또 사랑이 없는 여성의 추함을 극대화한 양태다.
그러나 희지는 연인 김현준(박정철) 앞에서는 상냥한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돌변한다.
왈가닥여성이 순정어린 여인으로 바뀌는 것이다.
희지는 방송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의 양순이,'내사랑 팥쥐'의 양송이,시트콤 '뉴 논스톱'의 어리버리 장나라 등의 이미지를 줌인(zoom in)한 캐릭터다.
그것은 공주과가 아니라 서민과이며,내숭형이나 새침떼기형이라기보다 발랄하고 용감무쌍한 새내기 숙녀의 모습이다.
'오!해피데이'에서 장나라는 시종 '의도된 과잉연기'로 꾸려간다.
의도된 과잉이란 관객을 웃기려는 동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관객을 웃기려는 의도를 품은 과잉연기는 진지하려고 애쓰지만 항상 실패하고 마는 코믹 캐릭터보다 덜 웃기는 법이다.
이 영화의 엔딩은 강력하다.
온가족이 동원된 한강철교작전은 흡사 '가문의 영광'의 엔딩을 연상시키며 남은 의문들을 말끔히 해소시킨다.
하지만 이야기 도중에는 두 영화의 공통점을 거의 느끼지 못할 것이다.
두 영화는 '신랑감 구하기'란 동일한 설정을 갖지만 '가문의 영광'의 김정은은 소극적이고 오빠들이 전면에 나서는데 반해 '오!해피데이'의 장나라는 저돌적인 면모로 작전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장나라에게 집중됨으로써 나타난 빈터는 조연들의 빛나는 연기로 메운다.
희지엄마역의 김해숙은 희지를 매와 헤드록으로 다스리는 억척스러움으로 '그 딸에 그 어머니'임을 알려준다.
욕쟁이할머니 김수미의 욕설은 신랄하지만 정겹다.
김수미는 "할머니의 욕설은 풍류이자 애정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18일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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