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환이 날로 심해졌다. 사람들은 뗏목을 타고 인근 섬 모도로 피신했다. 모두 경황이 없어 뽕할머니만 호동마을에 남게 되었다. 뽕할머니는 가족들이 그리워 매일 용왕께 치성을 드렸다. 용왕이 선몽했다. '내일 무지개를 내릴터이니 바다를 건너가라.' 뽕할머니는 모도가 보이는 가까운 바닷가로 나가 두손 모으고 머리를 조아렸다. 홀연 무지개처럼 떠오른 바닷길이 모도까지 걸쳤다. 모도에 있던 사람들은 그길로 할머니를 맞으러 왔다. 가족을 만난 뽕할머니는 더이상 여한이 없다며 숨을 놓았다. 마을사람들은 그때부터 뽕할머니를 위한 제사를 지내며 그 넋을 달랬다." 뽕할머니의 정성이 바닷길을 뚫었듯이, 사랑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 소원을 빌면 사랑을 이루게 된다는 '진도 신비의 바닷길, 영등축제'가 16∼19일 나흘간 진도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 사이의 바닷길에서 열린다. 올해로 26회째를 맞는 영등축제는 바닷길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음력 3월초에 맞춰 열리는 향토축제. 1975년 현장을 본 주한프랑스대사 피에르 랑디가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며 프랑스 신문에 소개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진도의 바닷길은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바다 밑바닥에 형성된 사구가 해면위로 일정시간(1시간 정도) 드러나게 되는 자연현상.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심한 축제기간중 오후 6시께부터 회동리와 모도 사이 2.8㎞의 바다가 40m 폭으로 갈라진다. 사람들은 바다의 속살을 밟으며 걷는 즐거움과 함께 돌미역을 따고, 낙지를 잡거나 바지락을 따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축제는 16일 오전 10시 진도 청용리 바닷가에서 열리는 '개매기 체험'과 오후 5시 회동리에서의 '뽕할머니 제사', 오후 7시30분 철마광장에서의 전야제로 막을 올린다. 이중 개매기(건강망어업)는 간조 때 바닥이 드러나거나 수심이 얕아지는 곳에 그물을 쳐놓았다가 조류를 따라 들어와 갇힌 고기를 잡는 방식으로 색다른 체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에는 뽕할머니전설을 재현하는 '영등살놀이'가 펼쳐진다. 뽕할머니 가족상봉 및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씻김굿(중요무형문화재 72호)과 진도만가 등을 볼 수 있다. 회동공연장에서는 강강술래(중요무형문화재 8호) 등 전통민요, 민속공연이 이어진다. 이들 공연을 본 뒤 오후 5시부터 길게 드러난 바닷길을 걸을 수 있다. 18일에는 초상이 났을 때 상주와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사물반주에 맞춰 노래와 춤과 재담을 풀어내는 가무극 '다시래기'(중요무형문화재 81호)와 강강술래, 진도북춤(무형문화재 18호)이 공연된다. 부대행사로 축제개막전의 개매기체험을 비롯 강계리해변에서 펼치는 '조개잡이 체험마당'을 빼놓을 수 없다. 현지어민과 어선 1백여척이 참여해 벌이는 선박퍼레이드도 색다른 볼거리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