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고령사회와 인사정책..金仁浩 <시장경제연구원 운영위원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북한 핵 문제가 우리 국민 최대의 관심사항이 돼 있지만,핵폭탄 못지않게 국가 경제사회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칠 문제가 인구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과 낮은 출산율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 현재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7.6% 수준으로 '고령화사회'의 초기에 있다.
하지만 오는 2019년에는 이 비율이 14%를 넘어 소위 '고령사회'로 이행하고,이로부터 불과 7년 후인 2026년에는 20%가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2001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부인 한사람이 일생동안 낳는 평균 자녀수)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1.3으로,현재의 인구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대체출산율 2.1에 크게 미달한다.
뿐만 아니라 인구 감소로 고민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평균 1.6에도 못미친다.
프랑스 등 선진국들의 출산율 높이기 대책들이 별 실효성이 없었고,의학이나 생명공학의 발전이 앞으로 10∼20년 안에 비약적으로 이루어질 것도 확실하므로 이런 추세를 뒤바꾸거나 늦출 수는 없어 보인다.
고령사회에서의 경제 모습은 자명하다.
우선 공급측면에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및 노령화로 노동생산성이 저하해 경제성장이 둔화된다.
그리고 분배측면에서는 비생산적인 많은 인구,특히 노령자에 대한 사회적 지출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수요구조도 건강 의료 복지서비스 분야의 확대와 다양화가 급속히 진행될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경제활력은 전반적으로 떨어지며 경제구조의 엄청난 변화가 필연적으로 초래된다는 이야기다.
일해서 돈 벌 사람은 줄어들고,벌지 못해 나라나 가족으로부터 부양받아야 할 사람은 급격히 늘어나,생산가능인구 1백명당 부양인구 비율이 2000년 10명에서 2010년 15명,2030년엔 36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등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문제가 심각한 것은,고령화 진행 속도가 세계 유례없이 빨라 국가사회 전체로나 개인들이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이런 인구구조가 고착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이러한 현상이 초래할 가공할 사태에 대해 국가 사회적 인식이 결여돼 있고,정부가 수립 시행하는 정책들은 이같은 추세에 역행하고 있어 상황이 악화될 것 같다는 점이다.
새 정부의 인사정책도 이런 관점에서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능률 추구'란 명분 아래 새 정부가 창안한 유행어인 '코드가 맞는' 한두 사람을 발탁하고,그 이외 동급 대부분을 퇴출시키는 인사정책의 폐해는 심각하다.
많은 직업공무원들이 신분보장 정신에 반해 사실상 강제퇴직을 당하고 있다.
심지어 임기직 공무원조차 법에 명시된 사유에 관계없이 퇴직을 강요당함으로써 초래되는 '법치주의'의 손상,정부로부터 정당한 이유 없이 퇴출된 공직자들의 자리 마련을 위해 그 영향권 아래 있는 기관들이 겪는 인사의 불안정성과 심리적·사회적 갈등,그리고 이런 인사가 결과적으로 형성하는 정부와 관계기관 사업자단체, 심지어 민간조직 간의 관민통합형 담합구조와,이로 인한 경쟁체제의 심각한 훼손 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다.
이런 '혁명적 인사정책'의 영향은 이제 정부부문을 넘어서 정부의 직·간접 영향 아래에 있는 각급 국책기관,금융회사로 파급되기 시작했다.
이 파장은 끝없이 지속될 것이다.
심지어 민간기업들도 그 영향권에 있는 것이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특성이다.
퇴출된 고위공무원이 국영기관이나 금융권으로 전출되면 그 개인은 실업을 면하겠지만,최종적으로 민간기업의 어느 힘없는 한사람이 밀려나 실직될 때까지 그 파장은 지속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근로자들의 평균 고용기간은 줄고,평균 고용연령도 낮아지게 된다.
한세대 남짓한 기간 내 닥쳐 올 초고령사회에 적합한 고용구조에 조금이라도 근접하기 위해 지금 반드시 고려해야 할 고용정책의 기본방향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새 정부가 이런 인사정책을 쓰면서 제시한 명분인 '효율의 추구'와,앞에 든 장기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신중히 비교 검토하며 조금이라도 고민한 흔적은 엿보이지 않는다.
새 정부는 5년의 수권(授權)을 받은 '임기가 있는 정부'다.
ihkim@shinkim.com
--------------------------------------------------------------
◇칼럼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