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달러 시대가 올 것인가.


이라크전쟁이 초단기에 마무리 되면서 유가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서부텍사스중질유(WTI) 5월물은 10일 전날대비 5% 급락한 27.46달러에 마감됐다.


저유가에 대한 기대는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라크가 전후 복구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대규모 증산에 나서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가격통제력(배럴당 22-28달러)이 상실될 것이라는게 "급락 시나리오"의 첫번째 배경이다.


지난 1991년 걸프전의 경우 종전후 유가가 한때 서부텍사스중질유(WTI)기준으로 배럴당 18달러선에 머문 사실도 있다.


◆공급부족시대 끝나간다=유가를 결정하는 핵심요인은 수급상황이다.


이유야 어쨌든 시장에 공급이 부족하면 유가는 치솟게 마련이다.


공급 부족은 산유량의 감소에 의해 야기될 수도,투기적 매수세력에 의해 촉발될 수도 있다.


국제유가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이라크 전쟁 발발(3월19일)까지 불과 4개월 만에 33% 급등한 것도 결국 수급불안감이 팽배했던 결과였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시장에 드리워 졌던 수급불안의 그림자는 급속히 걷히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2위 원유매장국(1천1백20억배럴)인 이라크가 전후 복구비 충당을 위해 대규모 증산에 나설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런던 소재 국제에너지연구센터(CGES) 리오 트롤라스 연구원은 "전후 이라크가 최소한 이란(하루 3백60만배럴) 정도의 쿼터를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쟁 이전 이라크가 하루 2백40만배럴을 생산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라크유전이 완전 복구되는 금년 말께는 시장에 1백만배럴 이상의 신규 물량이 쏟아지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OPEC 회원국들과의 마찰이 심화되면 OPEC이 붕괴될 수도 있다(런던 국제에너지연구센터)는 관측도 있다.


반면 수요 확대 요인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세계경제 부진으로 올 전세계 석유수요가 지난해보다 0.5∼1.0%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가 10달러대 시대 오나=국제유가는 지난해 2월 이후 시장에 수급불안감이 상존하면서 줄곧 배럴당 20달러선 이상을 유지해 왔다.


특히 이라크 전쟁 발발 직전에는 1991년 걸프전 이후 최고치인 39.99달러(장중·WTI기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이라크의 유정파괴가 예상보다 훨씬 적었고 중동지역 국가들이 석유생산을 늘릴 것이라는 분석이 강해지면서 국제유가는 20여일 동안 25% 이상 급락,배럴당 27∼28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네일 패트릭 연구원은 "이라크가 국제유가를 급락시키려는 미국의 '트로이 목마'가 될 수도 있다"며 "이라크가 원유생산을 급속히 늘릴 경우 유가가 배럴당 18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 10달러대'시대에 대한 기대감은 종전과 함께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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