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있는 규제완화에 달렸다 .. '한국경제 위기와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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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처방할 것인가.
이는 경제학자에게 요구되는 무거운 과제다.
IMF 한파를 겪은 지 5년이 넘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는 다시 IMF를 맞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는 지금 한국경제가 위기상황에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지낸 이진순 교수(숭실대·경제학)가 '한국경제 위기와 개혁(부제:관치에서 시장으로)'(21세기북스,1만5천원)을 펴냈다.
그가 김대중 정부의 초기 경제정책 수립에 관여한 바 있었기에 지난 5년의 경제개혁 평가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저자가 이 책에서 천착하는 문제가 바로 97년 한국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에 대한 진단과 개혁과정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저자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여러 주장이 어지럽게 얽히는 현실에서 객관적 사실과 자료를 바탕으로 시종일관 학문적 자세를 잃지 않으면서 분명한 주장을 전개한다.
그는 위기의 근본 원인이 일본을 모델로 한 '중앙관리경제질서=관치경제'에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DJ 정부의 개혁정책을 평가하고, 이 평가를 토대로 노무현 정부의 경제개혁 과제를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DJ 정부는 당시 경제위기의 원인을 올바로 진단했다.
즉 DJ 정부가 관치경제를 청산하고 진정한 시장경제를 확립하기 위해 내세운 과제는 탈통제(脫統制)와 탈보호(脫保護)였다.
하지만 DJ 정부의 개혁은 주로 탈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되었고,바로 여기에 그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탈통제를 위한 경제개혁은 노무현 정부의 몫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해야할 경제개혁의 방향을 제시한다.
정부개혁은 '작은 정부'의 추구가 아니라 정부기능의 재편이어야 하고,금융감독기구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하며,규제를 완화하되 비록 규제의 필요성이 있을 때에도 재량에 따른 규제가 아닌 룰(rule)에 따른 규제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또 부실기업 정리,지배구조와 투명성 강화,책임경영 등 기업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금융회사의 민영화를 비롯한 자율경영 확보방안을 찾는 것이 금융개혁의 기본과제라고 주장한다.
이같은 개혁방향은 그동안 수없이 논의되었거나 어느 정도 합의를 거친 것도 있다.
그러나 왜 이런 과제가 계속 제기되는가.
그것은 경제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기본이념과 철학의 부재,정책의 일관성 결여,정치권력의 자의적 판단 등으로 시행이 미루어졌거나 아예 시행할 의지도 없이 정책발표만 요란하게 해놓고 시간만 허비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다시 위기에 휩싸일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에 저자가 한국경제를 제대로 진단한 것인지,처방 또한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가야 한다.
국민경제를 검증 안 된 논리나 서툰 정책운영에 맡기면 국민들은 그 대가를 너무 크게 치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류동길 숭실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