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일자) 적대적 M&A 부른 출자한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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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계 소버린자산운용의 자회사인 크레스트 시큐리티스가 SK(주)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해 SK그룹이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크레스트 시큐리티스는 지난달말부터 SK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주) 주식을 대거 사들여 12.39%의 지분을 확보하고 경영참여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린메일(주식을 매집한 뒤 대주주에게 비싸게 되파는 행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례는 대그룹 주력기업들이 외국자본으로부터의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경각심을 갖게 한다.
특히 SK는 크레스트 측보다 훨씬 많은 지분을 갖고도 이같은 상황에 빠졌다는 점에서 출자한도제도와 그에 부수된 의결권 제한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SK그룹은 SK(주) 주식을 35.7%나 갖고 있다.
크레스트의 지분을 3배가량이나 웃돈다.
하지만 SK측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10.8%선에 불과하다.
8.63%의 지분을 갖고 있는 SK C&C는 공정거래법상의 출자총액 제한에 걸려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2%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주식의 10.4%인 자사주도 상법상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다.
또 SK측이 경영권 안정을 목적으로 해외에 파킹시켜 놓은 지분 7.8%도 증권거래법 위반 판정을 받으면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해진다.
이같은 의결권 제한은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로 볼 수 있다.
외국기업은 자금만 가져오면 무제한적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반면 국내기업은 주식을 갖고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출자한도규제로 투자를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경영권 위협까지 감수하도록 강요한대서야 기업의욕이 살아날 리 없다.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에 노출돼 있는 것이 비단 SK 뿐이 아니라고 본다면 현행 공정거래법상의 출자한도 및 그 초과기업에 대한 의결권 제한 규정은 정말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