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아래 가장 재미있는 놀이가 골프라고 하는 말이 그저 우스갯소리는 아닌 것 같다. 15세기 말께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에서는 교회예배를 소홀히 할 정도로 서민들 사이에서 골프가 유행하고 기사들이 활쏘기는 뒷전으로 미룬채 골프에 미치자,의회에서 골프금지법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골프장에서 결재를 하고, 조지 부시 대통령은 91년 걸프전이 한창일 때도 별장에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얘기다. 골프가 이토록 재미있어서인지 골프대회는 어느 스포츠 못지않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 조지아주(州) 오거스타에서 열리는 '마스터스 골프대회'는 전세계의 골프팬들을 열광시킨다. 폭우로 인해 당초 예정보다 하루가 늦춰져 11일부터 열리고 있는 이 대회는 벌써부터 누가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될지 화제가 만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낸 최경주가 참가하고 있어 국내팬들도 여느 해보다 관심이 높다. 과거에도 한장상과 김성윤이 출전한 적이 있으나 이들은 특별초청 케이스였다. 선수라면 한번쯤 참가하고픈 '꿈의 구연(球宴)' 마스터스 골프대회는 1934년 '오거스타 내셔널 초청 토너먼트'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최됐으며 1939년에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6백만달러라는 거액의 상금도 그렇지만,오거스타 골프클럽은 골프장 관리를 위해 연간 5개월 가량을 문을 닫을 정도로 운영이나 관리가 완벽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미국내에서도 이름난 부호로 구성된 회원들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으며 여성회원은 거부하는 폐쇄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성차별 논란이 가열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흑인의 경우도 90년에야 비로소 가입이 허용됐다. 세계 최고의 갑부인 빌 게이츠도 회원이 되기 위해 몇년을 기다렸다고 한다. 해마다 수많은 진기록을 양산하고 있는 오거스타의 골프코스는 빅스타들의 무덤으로 불릴 만큼 까다로워 "오직 신만이 우승자를 점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낭자군이 미국 LPGA를 석권하고 있는 실력에 걸맞게 최경주 선수역시 이에 못지않은 기량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