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사태 '타이거펀드' 再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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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스트 시큐리티스가 SK 주요 경영진과 만나 경영참여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 회사에 대한 외국인의 간섭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SK텔레콤의 주식 대량매집시민단체와 연대 모색이사 파견등 경영참여경영간섭보유주식 재매각으로 1조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거두고 한국을 떠난 "타이거펀드 사태"의 재판(再版)이 되지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영참여 협의
크레스트 시큐리티스의 모회사인 소버린자산운용의 제임스 피터 최고운용책임자는 지난 10일부터 SK㈜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유정준 전무와 만나 경영참여 문제를 협의했다.
SK는 "양측은 회사 경영 정상화와 기업가치 증대가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데 합의하고 꾸준히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SK 관계자는 "크레스트가 대주주가 된 만큼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해 1대주주로 올라선 크레스트측이 이사 파견을 요구했음을 시사했다.
증시에는 크레스트측에서 SK㈜가 갖고 있는 SK텔레콤 주식 20.85%를 매각,캐시플로 개선을 요구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그러나 SK㈜ 관계자는 "그같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SK텔레콤 주식 매각이 SK㈜ 기업가치 증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강력 부인했다.
◆타이거펀드 사태와 비슷
전형적인 헤지펀드(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투기성 자금)였던 타이거펀드는 지난 92년부터 SK텔레콤 주식 매집에 나서 98년부터 경영간섭을 노골화했다.
당시 소액주주운동을 벌였던 참여연대와 연대해 자신들이 추천하는 이사의 선임을 관철시켰다.
99년 SK텔레콤은 설비투자를 위해 30% 증자를 실시하려 했으나 타이거펀드는 주주가치 하락을 이유로 이에 반대했다.
가처분 소송을 낸 타이거펀드는 참여연대와 함께 임시주총을 요구했다.
그러나 타이거펀드는 8월1일 SK텔레콤 주식 16만주(2%)를 2천6백40억원에,8월23일 79만1천69주(9.5%)를 9천8백49억원에 매각했다.
참여연대는 주총을 통해 손길승 회장 이사 선임 반대,액면분할 등을 계속 요구했으나 타이거펀드는 6천억원의 차익을 챙기고는 뒷전으로 물러나 경영참여보다는 수익창출이 목적이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후 타이거펀드는 99년 말까지 3% 정도 남아있던 SK텔레콤 주식을 매각하고 한국을 떠났다.
타이거펀드가 남긴 차익은 매매가 기준으로 7천2백억원 정도.그러나 타이거펀드가 SK텔레콤 주식을 매집하던 97∼98년 초 환율이 달러당 평균 1천8백원이고 매각할 무렵은 1천2백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익 규모는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참여연대의 역할
결과론적이지만 참여연대는 타이거펀드가 1조원에 가까운 수익을 거두는 데 도움을 줬다.
사외이사제,집중투표제,해외투자시 주주승인 등에서 타이거펀드와 공동보조를 취했다.
또 SK텔레콤이 증자를 추진할 때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참여연대의 의도와는 달리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의 손에 소액주주보호와 지배구조개선이라는 명분을 쥐어준 셈이 됐다.
크레스트펀드가 참여연대를 찾아간 것도 이같은 명분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이번 경영권 분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크레스트가 지배구조개선 등을 요구하며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나선다면 참여연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SK 경영 힘들어질듯
SK는 외국인 경영참여가 본격화됨에 따라 앞으로 투명성이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투자자가 경영간섭을 본격화함에 따라 설비투자 등 장기적인 투자활동에는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글로벌의 회생을 위해서는 SK㈜ 등 계열사들의 지원이 필수적인데 외국인투자자는 주가하락 등을 이유로 반대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권이 급속도로 약화되는 등 SK그룹의 분할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조주현·정태웅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