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에서 최근 주식을 매집해 SK㈜의 제1주주로 올라선 크레스트 시큐리티스가 SK㈜에 대해 경영 참여를 요구하고 나섰다. SK 관계자는 11일 "SK㈜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유정준 전무가 크레스트 관계자를 만나 요구사항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크레스트 관계자가 이사 선임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경영감시인(watch dog)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조만간 이사회 참여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혀 크레스트로부터 경영 참여 요구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크레스트가 주식을 더 매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주요 주주의 경영 참여 차원에서 크레스트 측이 추천하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크레스트 측과 직접 협의를 가진 유정준 전무는 "회사 현황을 설명하고 최근 지분 매집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는 자리였다"며 "크레스트 측이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해 더 이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등 SK㈜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건설적이고 우호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SK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와 관련,"크레스트 측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그린메일(주식을 매집한 뒤 경영권이 취약한 대주주에게 비싼 값으로 되파는 행위)이 아닌 장기 투자를 진행하겠다며 일정 부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해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크레스트 측이 SK㈜가 갖고 있는 SK텔레콤 주식 20.85%를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는 증시 일각의 소문에 대해서는 "그 같은 논의는 없었으며 SK텔레콤 주식 매각이 SK㈜의 기업가치 증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한편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은 이날 크레스트의 SK㈜ 경영 참여 요구와 관련,"M&A 상황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이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이번 사태에 정부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출자총액 관련 제도도 현행 그대로 두고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가자고 최근 결론을 내린 바 있다"고 덧붙였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