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매집을 통해 SK㈜의 제1주주로 올라선 크레스트 시큐리티스가 경영 참여를 요구하고 나섰다. SK 관계자는 11일 "SK㈜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유정준 전무가 크레스트 관계자를 만나 요구사항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크레스트 관계자가 이사 선임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경영감시인(watch dog)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조만간 이사회 참여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혀 크레스트로부터 경영 참여 요구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크레스트가 지난 10일 SK㈜ 지분 12.39%를 확보했다고 공시한 이후에도 주식을 더 매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주요 주주의 경영 참여 차원에서 크레스트 측이 추천하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크레스트 측과 직접 협의를 가진 유 전무는 "회사 현황을 설명하고 최근 지분 매집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는 자리였다"며 "크레스트 측이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해 더 이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가치를 올리는 등 SK㈜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건설적이고 우호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SK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와 관련,"크레스트 측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그린메일(Green Mail·주식을 매집한 뒤 경영권이 취약한 대주주에게 비싼 값으로 되파는 행위)이 아닌 장기 투자(Long Term Fund)를 진행하겠다며 일정부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해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크레스트 측이 요구하는 것을 다 수용하기는 어렵다"며 "전체적인 틀에서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크레스트 측이 SK㈜가 보유한 SK텔레콤 주식 20.85%를 매각하라고 요구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는 크레스트 측이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만난 것과 관련해 "기업 투명성 제고와 관련해 만났으리라고 본다"고 말해 기업 M&A 등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