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소극적인 부정방지보다는 합리적인 업무처리 시스템을 통해 윤리경영을 달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윤리강령 채택과 같은 선언적 차원에서 벗어나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을 통해 내부관리를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자금집행을 자금팀으로 일원화해 현금지급을 없애고 송금내역을 ERP시스템에 기록함으로써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모든 직원들을 개별 거래단위로 전산등록함으로써 회사의 모든 경비는 반드시 개인별로 지급된 법인 신용카드로만 지급토록 했다. 모든 구매는 경쟁입찰방식으로 바꾸고 부서간 전산 통합구매를 실시,경비절감을 달성할 수 있도록 했다. 각종 구매물품은 ERP에 등록,전 구매과정을 ERP시스템에 따라 처리토록 해 거래선별로 관리가 이뤄지도록 바꿨다. 두산의 윤리경영은 지난 97년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과 동시에 추진됐다. 당시 두산은 인재양성을 중심으로 한 수익성 위주의 중장기 성장전략 '뉴 스타트(new start)'를 선포하면서 윤리강령도 함께 발표했다. 좋은 제품과 건전한 기업이 소비자의 이익과 사회발전에 기여한다는 원칙을 실현하자는 것이 뉴스타트 운동의 방향이었다. 윤리경영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윤리경영을 시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비용은 더 막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데 따른 것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두산의 윤리강령은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한다 △거래상대방과 공동이익을 추구한다 △신의와 성실을 바탕으로 일하고 법과 건전한 사회관습을 존중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요약된다. 두산은 사소한 부정을 적발하는 게 아니라 체계적인 내부관리시스템을 통해 부정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거래선과의 공정한 거래를 권고하는 '이해관계 서술서' '접대 및 금품수수 신고서' 작성 등의 실천수단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인간관계에 따른 불공정 경쟁의 관행이 부정행위로 이어지지 않도록 팀장급 이상 간부와 임원은 반드시 이해관계 서술서를 작성해 사전에 신고토록하고 있다. 경쟁입찰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있다. 윤리규칙에는 공정한 경쟁 및 차별적 대우 금지,선물 및 접대금지,투명한 경영,임직원의 책무 및 보상 등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두산은 윤리경영을 바탕으로 해 올해 5천7백억원으로 추정되는 영업이익을 2006년까지 2조원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