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벤처기업인수 통해 직접경영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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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들이 자사가 투자한 벤처기업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직접 경영에 나서는 사례가 속속 생기고 있다.
지금은 경영난을 겪고있다 하더라도 기술력 등 핵심역량을 갖고 있는 기업의 경우 직접경영을 통해 마케팅력을 높이고 자금흐름을 개선하면 기업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경영권인수는 투자기업 경영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등을 견디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종종 있으나 이 경우에도 벤처캐피털은 기업가치증대라는 적극적인 사고로 경영에 나서고 있다.
벤처캐피털의 경우 벤처기업에 대한 출자가 자본금의 50%이내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경영난에 처한 기업 등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지분을 더 인수할 수 있게 돼 있어 이같은 경영권인수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先경영,後매각=스틱아이티벤처투자(대표 도용환)는 투자회사중 3개투자회사의 경영권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 회사들은 대주주의 모럴헤저드로 인한 방만한 경영과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 스틱아이티벤처투자측은 견제수단으로 경영권을 인수할 계획이다.
현재 투자지분율이 25%인 A사의 경우 예정된 사업확장을 위해 추가자금을 투입하면 스틱아이티벤처투자가 최대주주가 된다.
스틱아이티벤처투자는 이외에 5개 투자회사에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를 파견하고 있다.
스틱아이티벤처투자의 구경철 이사는 "미국 등지에서는 벤처캐피털이 투자기업을 직접경영하거나 경영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며 "산업전반에 구축한 네트워크와 자금관리 등 노하우를 갖고 있어 벤처캐피털의 직·간접적인 경영은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술투자(KTIC·대표 장동주)는 '바이아웃'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바이아웃은 '구주(舊株)투자'를 일컫는 용어로 창업초기기업에 대한 설립투자자금을 투자하는 것과는 달리 기존 대주주 등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이 회사는 기업구조조정(CRC)사업을 겸업으로 하고 있는데 CRC펀드는 투자지분의 제한받지 않는다.
KTIC는 현재 2대주주에 머물러 있는 몇개 투자사에 추가자금을 투입,경영권을 인수할 계획이다.
제일창업투자는 자금난에 봉착한 네띠앙의 지분 64%를 오는 5월께 인수하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또 IMM창업투자(대표 김지훈)는 지난달 커뮤니티사이트 업체인 싸이월드의 지분 90%를 70억원에 사들였다.
IMM창투는 조기에 경영을 정상화한뒤 싸이월드를 매각할 방침이다.
◆장기경영으로 다양한 가치창출=아이벤처캐피털은 지난해 2월부터 키패드 등을 제조하는 핸드폰 부품업체 미라클의 지분을 꾸준히 인수,지분율 43%의 최대주주가 됐다.
미라클의 장기경영을 통해 다양한 가치를 창출한다는게 아이벤처캐피털측이 구상하고 있는 시나리오다.
아이벤처캐피털 최재경 사장은 "우선은 회사를 성장시켜 배당을 통해 고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미라클의 회사가치가 높아질 경우 다른 기업과의 M&A나 매각 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신창투(대표 고정석)도 최대주주로서 지난 몇년간 의류업체인 지오다노를 경영하면서 얻은 막대한 배당 등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투자회수지연 등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다른 벤처캐피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지오다노는 일신창투와 홍콩 지오다노측이 각각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