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사태를 계기로 시중은행들이 여신 심사의 중심을 '그룹'에서 '개별기업'으로 바꾸고 있다. 계열기업에 문제가 생겨도 그룹 차원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SK글로벌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재벌체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앞으로 가중될 것으로 판단, 그룹보다는 개별기업 신용도를 중심으로 여신심사를 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대기업 대출이나 여신한도를 정할 때 계열(그룹) 신용등급(A,B,C,D 4단계)의 반영 비중을 낮추는 대신 개별 기업의 신용등급(10단계)을 주된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35개 재벌그룹의 여신한도를 25% 가량(1조원) 감축했으며 올해도 비슷한 비율로 줄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흥은행도 그룹보다는 개별기업의 신용도와 재무건전성에 따라 대출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이제까지는 그룹의 프리미엄을 충분히 인정해 왔던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계열사간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그룹의 영향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여신정책의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흥은행은 그룹과 개별기업의 신용등급을 모두 반영한 '가중평균신용등급'을 도입,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여신한도를 과감히 축소할 방침이다. 신한은행도 올해 업무계획에서 그룹보다는 개별기업의 신용상태를 중점적으로 따져 대출을 결정하기로 하고 관련 신용평가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개별 대기업 위주로 상시감시체제와 조기경보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으며 기업의 신용도 및 재무상태와 함께 산업적 리스크를 여신심사의 중요 기준으로 삼을 방침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