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이 예상보다 빨리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쟁의 조기종결이 세계경제와 국내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지배적인 견해는 전쟁의 조기종결이 세계경제나 국내경제의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전후 이라크가 석유증산에 나서 국제유가가 내려가면 물가가 안정되고 소비심리도 회복될 것이다. 전후복구사업 참여도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시장을 짓눌러온 악재가 해소되었다는 점은 금융시장과 증권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확실성 해소와 유가 하락 등이 국내 소비를 진작시키고 기업의 설비투자를 회복시키며,이를 통해 고용 안정과 가계소득 증가 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경제전문가들도 이라크전쟁이 의외로 쉽게 종결됨에 따라 그 동안 침체에 빠졌던 국내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당장은 경기가 살아나기 힘들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전쟁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에도 북핵 문제와 SK글로벌에서 비롯된 신뢰성 위기,가계부채 문제,내수부진 등은 여전히 국내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에 대한 불확실성은 제거됐지만 국내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소비자들은 지출을 꺼리고,기업들은 투자를 미루고 있다. 최근 전세계로 급속히 번지는 사스도 동아시아권의 관광과 소비를 감소시키고 있고,그에 따라 국내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의 압력은 커지고 있으며,경상수지도 3개월 연속 적자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청년실업률은 OECD국가 중 2위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유통업계는 최근 5년내 가장 실적이 저조했던 작년보다 더 심한 매출 부진에 직면해 있다. 특히 지방경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경기가 나빠질수록 여건이 나은 수도권으로 경제활동이 집중되는 현상은 지방 경제의 주름살을 더 깊게 하고 있으며,이로 인한 지방의 상대적인 박탈감과 소외감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요컨대 이라크전쟁의 조기 종결은 국내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지만,우리경제의 기초여건 자체가 악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전쟁종결'이라는 외부의 호재만으로는 우리경제의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따라서 정부의 지속적인 경기활성화대책을 통한 내부적 조치가 절실하다. 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민간부문인 소비나 투자,정부부문인 정부지출 등의 여러 부문을 통한 정책을 사용할 수 있다. 국내경제에서 내수는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었는데 오랜 경기침체로 소비여력 자체가 줄었고,소비심리도 위축된 상태다. 이 때문에 조기 종전으로도 단기적인 내수 진작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상수지는 원유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해 3개월 연속 적자를 보여 왔지만,종전 후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보여 차츰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지출의 증가를 통한 경기부양책은 인플레이션의 압력을 받고 있는 정부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입장이다. 내수 진작이나 정부지출을 통해 경기부양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고,수출에만 의존해서 경기부양의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렇게 불안한 국내경제의 펀더멘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부는 기업투자 활성화를 지원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해서 경기활성화를 이룰 수 있고,이를 통한 고용 증대 등의 효과로 내수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 기업투자를 활성화하는 정부의 정책은 소비나 수출 등의 여러 부문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현재 금리가 매우 낮은 상황인데도 기업들의 투자가 부진한 것은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비관적 전망 및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정책 당국은 기업의 투자의욕을 높일 수 있는 세액감면,재정의 조기집행 및 외국인투자 유치 등의 획기적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기업들이 첨단분야 등에 대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hahyun@bas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