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해방'을 공식 선언한 지난 11일,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대통령의 '선언'보다 이날 발표된 두가지 경제지표에 더욱 귀를 기울었다. 3월 소매판매와 4월 소비자체감지수였다. 이미 알고 있는 전황보다는 전쟁중의 경제동향에 대한 궁금함이 더 컸기 때문이다. 상무부가 발표한 3월 소매판매액은 3천1백15억달러로 전달보다 2.1% 급증했다. 예상증가율(0.6%)의 3배가 넘는 호기록이다. 미시간대의 4월 소비자체감지수도 전달에 비해 5.6포인트 급등한 83.2를 기록했다. 이처럼 호전된 경기지표들이 나오자 더블 딥(짧은 회복후 재침체)과 경기침체 우려는 사그라들었다. ◆ 기대 이상의 경기지표, 강한 소비활동 예고 전후 미국경제에 대한 첫 발표는 '소비자들이 예상보다 많은 돈을 쓰고 있을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선 상무부가 발표한 3월중 소매판매 증가율 2.1%는 9.11 테러로 얼어붙었던 소매판매가 급격히 늘어났던 200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전쟁을 앞둔 지난 2월에는 소매판매가 1.3% 감소, 경기침체 우려를 확산시켰다. 자동차 판매급증과 날씨가 풀리면서 건축자재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이 주요인이었다. 미시간대의 4월 소비자 체감지수도 전후 급속히 호전되는 미국 경제상황을 대변했다. 83.2로 높아진 이 지수는 9년만의 최저였던 지난 3월(77.6)에 비해 7.2%나 급등한 것으로 미국의 소비활동이 강해질 것임을 예고한다. 모건스탠리증권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리처드 버너는 "소비자들이 유가하락의 영향을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며 "경제전반에 활기를 보여줄 굿 뉴스"라고 분석했다. 존 행콕 파이낸셜서비스의 빌 체니 이코노미스트도 "그동안 더블딥 얘기까지 나오는 등 기대보다 못한 숫자들이 소비심리를 위축시켰다"며 "이번 소매판매 동향은 소비가 재점화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이란 확신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 경기침체는 없다 월가 등 민간분야에 종사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라크전쟁 이후 미국경제가 '완만한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USA투데이는 미국 승리가 굳어진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61명의 저명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3분기와 4분기의 미 경제성장률이 각각 3.5%와 3.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12일 보도했다. 이는 1.7%로 추정되고 있는 1분기의 2배가 넘는 것으로 올 하반기부터는 미 경제가 비교적 강하게 회복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처럼 낙관론이 높아지는 것은 미 경제활동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민간소비와 기업투자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1분기 1.5%였던 민간소비 증가율이 하반기 들어 3% 이상으로 높아지고, 기업들의 투자도 1분기 1.2%에서 3,4분기에는 5~7%선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불확실한 감세정책과 실업률 상승이 당분간 '빠른 경기회복'을 막겠지만 응답자의 3분의 2 가량은 경기침체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진단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응답했으며, 내년 상반기부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5.8%선인 실업률은 2분기와 3분기에 6.0 %로 다소 올라간 뒤 4분기부터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