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개포동과 경기 과천 등 수도권 주요 택지지구내 재건축 아파트값이 같은 택지지구내 아파트인 강동구 고덕주공의 무더기 안전진단 통과를 계기로 강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지구에서는 매물이 빠르게 소화되면서 가격도 크게 출렁이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서초구 송파구 등 서울 강남의 다른 지역에서도 매수문의가 크게 늘어나면서 가격이 상승, '고덕발(發) 집값 오름세'가 강남권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13일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과천 택지지구내 주공아파트 가운데 올해 초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등 재건축사업 진행속도가 가장 빠른 3단지와 11단지의 아파트값이 지난주(7∼12일) 평형에 따라 1천만원 이상 올랐다. 3단지 13평형의 경우 지난주 2억5천만원에서 2억6천만원대로 올라섰다. 인근의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사실상의 '재건축 불허' 판정을 받으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개포주공 1∼4단지도 매기가 살아나면서 값이 뛰고 있다. 최근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1단지의 경우 13평형이 1주일새 1천만원 이상 오른 3억8천만원선을 호가하고 있다. ◆ 고덕주공의 안전진단 통과가 기폭제 전문가들은 고덕주공아파트 단지의 안전진단 통과가 가격상승의 기폭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고덕주공 1,2,4단지가 예비 및 정밀안전진단 관문을 넘어서면서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대한 투자심리가 되살아났다는 설명이다. 특히 동반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개포지구의 경우 입주가 고덕주공에 비해 1년 정도 빠른 점이 재건축 기대심리를 부풀리면서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살아나는 투자심리도 한 몫 북한핵 문제와 이라크전 등으로 얼어붙었던 투자심리가 최근 들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도 가격상승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투자심리 회복 조짐은 돈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먼저 감지되고 있다. 대형은행의 한 PB(Private Banker)는 "지난 10일 하룻동안 3명의 고객을 상담했는데 모두 부동산 투자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며 "이같은 추세는 이라크전이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뚜렷해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정부가 최근 △20년짜리 장기주택담보대출제도 도입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 1∼2%포인트 인하 등의 방침을 밝히자 "정부가 부동산 경기 '숨통 틔우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기대심리도 가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집값 상승세 확산될까 다음달 예정된 개포지구의 안전진단 통과 여부가 강남권 집값 안정의 1차 고비가 될 전망이다. 개포지구가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강남권 전체가 다시 한번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대로 개포지구가 안전진단에서 탈락하면 재건축 시장이 다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전진단과 상관없이 집값이 추가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안전진단 통과에 실패해 집값이 급락할 것으로 예상됐던 은마아파트도 지난주에 2천만원 정도 값이 뛰었다"며 "이라크전 종전으로 투자 심리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시중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