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갑을' 사촌들이 인수키로] '그래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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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호 전 갑을그룹 회장과의 갈등으로 분가(分家)했던 박유상 갑을상사그룹 부회장과 박효상 갑을합섬 사장,박한상 갑을건설 사장 등 박 전 회장의 사촌들이 부실기업이 된 본가(갑을)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갑을은 현재 법정관리를 신청해놓은 상태.업종도 섬유라서 성장성도 크지 않다.
게다가 회사조직이 와해되고 영업력도 상실해 회생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떼밀려 나온 설움이 적지 않을 터에 굳이 그런 기업을 인수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대의 유지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박효상 갑을합섬 사장은 13일 "갑을에 대한 법원의 법정관리 결정여부에 관계없이 회사를 인수할 뜻이 있다"며 "구체적인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으나 법원 결정이 나오는대로 실사를 거쳐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백억원대로 예상되는 인수 자금은 "갑을상사그룹 소속 11개사가 분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갑을상사그룹은 고 박재갑 회장과 함께 갑을을 '형제 창업'한 고 박재을 회장의 아들 3형제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갑을과는 지분관계가 없다.
갑을합섬 갑을건설 갑을산업개발 동국실업(자동차부품) 국인산업(폐자재처리)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박 사장은 갑을의 경쟁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선대에 대한 도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갑을에 대해 "조직이 와해되고 자금력과 영업력을 상실해 기본적인 업무 능력이 크게 부족하다"며 "노조와의 갈등도 걸림돌"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갑을은 큰아버지(고 박재갑 회장)와 선친(고 박재을 회장)의 피와 땀이 어린 회사인만큼 자식으로서 되찾고 싶었다"며 "회사 명맥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게 선대에 은혜를 갚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 스스로 지난 88년까지 갑을에서 일했고 지금도 같은 업종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적어도 회사의 목숨이 끊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회계법인은 올초 실사를 토대로 갑을의 존속가치를 8백억원,청산가치는 1천억원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다소 무리는 되겠지만 갑을합섬과 형(박유상 갑을상사 부회장) 아우(박한상 갑을건설 사장)가 경영하는 형제 계열사들이 분담한다면 인수 비용 마련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갑을은 창업자 고 박재갑 회장의 장남 박창호씨가 물려받아 갑을그룹으로 키웠고 사촌들은 갑을합섬과 갑을상사(옛 신한물산)등을 가지고 80년대말 독립해 갑을상사그룹을 만들었다.
갑을그룹은 무리한 해외 진출과 사업 확장으로 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갔으나 최근 채권단이 공동관리를 중단함에 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