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영 기자의 '田園시장 읽기'] 펜션 운영은 '낭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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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침대 시트를 다른 것으로 갈아 주시고 베개도 하나 더 주세요."
지방에서 경찰서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은퇴한 A씨(61)가 맞이한 첫 손님의 주문은 그의 여생을 무너뜨리는 듯했다.
A씨는 노후를 따뜻하게 보내겠다는 생각으로 퇴직금을 투자,지난해 봄 경기도 포천에 펜션(고급민박)을 짓고 운영에 들어갔다.
그는 전원생활의 여유와 펜션운영의 낭만을 누리기 위해 펜션을 직접 운영키로 했다.
하지만 손녀뻘 손님의 주문은 그를 크게 흔들었다.
자신의 존재가 여인숙 종업원으로 바뀐 듯한 느낌 때문이었다.
갈등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손님이 두렵기까지 했다.
"여보,당신은 더이상 공무원이 아니에요.그리고 세상에 공짜 돈이 어디 있겠어요"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던지는 부인의 충고가 처음엔 야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A씨는 펜션을 운영한 지 3개월 만에야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A씨는 이후 고객이 찾아올 때마다 취미로 모아두었던 와인을 하나씩 열기 시작하며 가까이 다가갔다.
요즘 A씨 펜션는 두 달가량 기다려야 예약이 될 정도로 인기다.
대기업 임원을 지낸 B씨(58)는 4억여원을 투자,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에 대지 1천평,연면적 60평의 펜션을 지었다.
그가 6개월 만에 펜션에서 손을 뗀 결정적인 이유는 술 마신 손님의 뒤치다꺼리를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족과 떨어져 있는 외로움도 견디기 어려웠다고 털어놓는다.
B씨는 펜션을 전세로 내놓았다.
펜션이 기대대로 퇴직자에게 노후를 보장하는 연금(年金) 같은 역할을 해 줄까.
직접 운영을 해야 한다면 펜션은 즐기며 수입을 올리는 장소가 아니라 전쟁터와 같은 비즈니스 무대다.
비즈니스 세계에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펜션운영이 생각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