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시장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하나로통신이 경영공백에서 겨우 벗어나 LG 삼성 SK 등 3개 그룹 공동 경영에 들어가는가 하면 두루넷의 법정관리에 이어 온세통신도 지난 11일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통신회사들의 과도한 투자에 이은 거품붕괴가 "통신 삼국지"를 촉발시키고 있다. 그 저류에는 KT 민영화 유선과 무선시장의 경계 파괴 통신과 타 산업과의 융합 등이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통신산업의 경영여건이 이처럼 급변하자 최대사업자인 KT마저도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KT그룹=국내 최대 종합통신 사업자이지만 유선부문이 성장성의 한계를 맞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 최대의 통신 인프라인 유선부문을 어떻게 재편하느냐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현재로선 KTF와 합병,지주회사제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유선부문의 실적에 크게 기대지 않아도 되고 앞으로 유·무선시장이 통합되더라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KT는 이와 관련,올해초 조직개편과 함께 '비전경영실'을 신설했다. KT관계사의 장기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두루넷 인수 등 각종 투자의 실무 담당 부서를 만들어 공격적인 사업구조 개편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용역을 받아 KT그룹의 진로에 대한 1차적인 검토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추구하고 있는 구조개편작업은 아직은 검토단계다. 시간이 상당기간 걸릴 사안들이다. 그러나 관련 사업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T는 "올해 최대 역점사업은 무선인터넷인 '네스팟'"이라고 공언했다. 유·무선 통합을 선도하면서 4세대 이동통신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무선분야에서도 SK텔레콤을 넘어서는 작업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일관되게 '이동통신 전문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일본 NTT같은 종합 유·무선 통신사업자가 아니라 영국 '보다폰'처럼 이동통신에만 특화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SK텔레콤 내부에는 "유선기반이 없이는 차세대 시장에서 경쟁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시장상황이 변하면 전략도 바뀔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경우에 따라 유선시장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3대주주로 참여중인 하나로통신의 지분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은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금융시장,방송시장,m커머스(무선 전자상거래)시장 등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SK㈜ 사태로 투자여건이 좋지 못해 신용카드사 인수,공격적인 방송투자 등을 적극 추진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다소 시간은 걸리더라도 이들 통합(Convergence)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국내 통신업계 재편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로통신 경영권을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 것인가 △하나로와 데이콤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두루넷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인가 △투자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에 따라 경쟁양상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통신업계는 LG그룹이 그동안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식'의 경영스타일을 보여온 만큼 이같은 대안에 대해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그룹 통신사업의 중심축에 놓인 데이콤에 따르면 오는 2006년까지 국내 통신시장의 30% 이상을 LG그룹이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