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하이닉스반도체가 수출하는 D램 반도체에 대해 57.37%라는 초고율의 상계관세부과 예비판정을 내린데 이어 유럽연합(EU)도 오는 25일부터 하이닉스에 대해 33%선의 상계관세를 매기는 잠정관세 부과안을 채택했다는게 외신 보도다. 우리는 한국반도체산업에 치명적인 손실을 가할 수도 있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지부진한 은행민영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EU는 한국의 은행들이 회사채신속인수 출자전환 부채탕감 등의 형태로 하이닉스에 제공한 금융지원이 보조금에 해당된다고 규정,상계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하이닉스에 대한 금융 지원은 은행들이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누누이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한국의 은행들은 주주구성을 볼 때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업들과의 거래를 주업무로 하는 산업은행은 물론 우리금융지주회사 조흥은행 외환은행 등 주요 은행들의 대주주가 정부 또는 정부관련기관이기 때문이다. 정부관련지분이 1백%인 산업은행은 차치하고라도 우리은행지주회사와 조흥은행은 정부관련지분이 80% 이상에 이른다. 외환은행의 경우도 수출입은행(32.5%)과 한국은행(10.6%) 지분을 합하면 독일 코메르츠은행(32.55%)을 누르고 최대주주가 된다. 따라서 다른 나라가 한국 은행권의 결정은 곧 한국정부의 뜻이라고 몰아붙이더라도 대응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하이닉스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가 심각한 것은 이런 형태의 통상마찰이 다른 업종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 소지가 크다는 점 때문이다. 미국과 EU가 주장하는 논리대로라면 은행으로부터 채무삭감이나 출자전환 등의 혜택을 받은 워크아웃 기업이나 법정관리 기업은 모두 통상마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미국과 EU는 자동차 조선 철강 등 한국의 주력산업에 대해 다양한 형태로 압력을 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번 하이닉스 건과 관련해 상호공조가 있었음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언제 어떤 시비가 붙을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런 점에서 이번의 하이닉스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문제는 정부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은행민영화를 미뤄온데 따른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 해도 그리 심한 비약은 아니라고 본다. 은행민영화는 통상마찰 문제를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게 우리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