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지난 13일자 사설을 통해 미 정부에 이렇게 고언했다. "조지 W 부시대통령은 유엔과 다른 국가들과 함께 전후 이라크복구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미국편을 들어야 할 미 언론조차 복구시장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분열을 우려할 만큼 각국의 복구사업 선점경쟁은 치열하다. 1천억달러로 예상되는 복구사업은 경기침체 위기에 빠져있는 각국에 회복의 발판을 제공하고,이라크경제에 대한 지배권과도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군침 흘리는 세계 각국들=지금까지 이라크 복구사업 참여의사를 밝힌 국가는 모두 58개국에 이른다. 이중 미국이 단연 선두에 서 있다. 이라크를 해방시킨 나라로서 이미 24억달러의 전후 복구예산을 책정해 놓았다. 미국 외에 이라크 복구지원예산을 책정해 놓은 국가는 아직 없다. 지난 걸프전 후 쿠웨이트 복구사업에서 전체의 약 70%를 차지했던 것처럼 이번 이라크 복구시장에서도 대부분을 장악하겠다는 게 미정부의 야심이다. 영국의 욕심도 대단하다. 영국정부는 복구사업 중 15~20%가 자신의 몫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체 참전병력 30여만명 중 영국군(4만5천명)의 비율에 걸맞게 복구사업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시 참전국인 호주와 폴란드정부의 복구시장 참여 의욕도 강하다. 전쟁을 반대했던 프랑스 독일 러시아는 복구사업의 유엔주도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독식을 견제하려는 속셈에서다.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일본 등 아시아국가들은 복구사업 주도권 싸움에서 비켜선채,전후시장에 대비해 인도적 지원 등 실리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지난주 이라크에 쌀과 의료장비 등 1억달러를 긴급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미정부의 환심을 샀다. ◆한국 일본 등은 미기업의 하청계약자 될 듯=복구사업 주도권을 미국과 유엔 중 어느쪽이 잡든지 한 가지는 확실하다. 미기업들이 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기업들은 지난 걸프전 때 쿠웨이트 복구시장에서 3백건의 사업 중 2백건을 차지했다. 유엔이 주도권을 잡더라도 전체 사업의 절반 이상이 미기업 차지가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예상이다. 이미 유전개발 및 서비스업체인 핼리버튼 등 6개 미기업들이 6억달러 규모의 1차 전후복구 사업을 수주했다. 공항 도로 발전소 학교 병원 및 관개시설 건설 등 주요 토목공사와 통신 금융시스템구축 등의 본격적 사업은 아직 발주되지 않고 있다. 전쟁이 완전히 종식되고 유엔에서 전후처리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에야 본격화될 전망이다. 복구사업은 향후 5년에 걸쳐 매년 2백억달러 규모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기업들이 대부분 사업에서 주계약자가 되고,일본이나 한국 등 다른 비참전국 기업들은 미기업들의 하청계약자가 되는 식으로 복구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번 쿠웨이트 복구사업도 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