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춤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또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경제적 충격파도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4일 중국과 홍콩에서 사스환자 11명이 추가로 사망,지금까지 사스로 숨진 사람은 중국 64명,홍콩 47명,캐나다 13명 등 7개국 1백44명에 달한다고 잠정 집계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사스가 내륙지방으로까지 급속히 확산되자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상황이 심각하다"며 처음으로 사태의 삼각성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주 발생지역인 아시아권의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잇달아 하향조정되고 그 여파가 미국 기술산업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사스는 이라크 전쟁보다 경제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 싱가포르경제 큰 타격=네덜란드 투자은행인 ING는 이날 홍콩 싱가포르의 올 경제성장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홍콩의 올 예상 성장률은 당초 3%의 절반 수준인 1.5%로 떨어졌다. 싱가포르도 3.5%에서 2%로 예상 성장률이 내려 앉았다. 이달 초 아시아 지역 경제성장 전망을 하향조정했던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도 이날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대한 전망을 또 한 차례 낮췄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해 전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아시아 지역의 경제가 사스여파로 악화될 경우 세계경제 전체의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기술산업 회복에도 적신호=미국 USA투데이는 이날 "사스로 아시아 지역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경우 미 기술산업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관광 항공산업 등에 국한됐던 사스의 경제적 피해가 다른 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기술산업의 경우 올해를 계기로 지난 3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주 소비시장이자 생산기지 역할을 해온 아시아 지역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 이 같은 기대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USA투데이의 분석이다. 사스감염 공포로 인한 기업활동 위축도 기술산업의 회복전망을 어둡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루슨트테크놀로지와 모토로라 등은 아시아 지역 공장가동을 잠정 중단했으며 휴렛팩커드 홍콩지사도 사무실 문을 닫았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김동윤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