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제작한 콩코드(Concorde)가 69년 시험비행에 나서자,유럽의 언론들은 '현대 과학기술의 개가' '음속보다 빠른 비행기'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콩코드가 유럽의 자존심을 세웠다"고 다투어 치켜세우기도 했다. 당시는 미국과 소련이 우주개발경쟁을 벌일 때여서 유럽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었는데? 콩코드의 등장은 유럽의 위신을 높여주는 자랑거리여서 언론의 호들갑이 더했던 것 같다. 유럽항공산업의 상징이었던 콩코드가 다음달 말로 운행을 전면 중단한다는 소식이다. 마하 2.04의 속도로 대서양을 불과 3시간만에 주파했던 콩코드의 이같은 결정은 지난 2000년 승객 1백13명이 사망한 비행기 추락사고의 후유증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게다가 9·11테러 이후 항공사간의 요금인하경쟁,경제침체,인터넷 보급에 따른 탑승객 감소 등으로 적자가 누적돼 이를 감당하지 못할 지경이 됐다. 유럽 언론들은 이번에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퇴장'이라며 장탄식과 함께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76년 상업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27년만의 작별인 셈이다. 콩코드 개발은 애초부터 문제였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해 비밀 해제된 영국의 한 공문서는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상업적 대실패"라는 비판을 하고 있는데,여기에는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었다고 한다. 콩코드 개발을 주도한 프랑스의 기분을 상하게 해 유럽공동시장 가입이 좌절될까봐 불가피 항공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콩코드의 사업중단은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기술에서는 이겼지만 시장에서는 졌다"는 지적이 적확한 설명인 듯한데,시장이 원했던 것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많은 승객을 태우는 경제성이었지 기술력을 과시하는 속도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콩코드 퇴출은 시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으며 더욱이 기술정책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추진될 때 엄청난 후유증을 야기한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