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1대 주주로 올라선 영국계 소버린자산운용(크레스트증권의 모회사)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등 경영간섭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SK그룹도 본격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 소버린과 경영 협의 =SK는 일단 소버린이 정상적인 요구를 해올 경우는 적극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외이사 등의 이사회 파견을 원할 경우 대주주로서 받아들일 방침이다. SK㈜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유정준 전무는 "이사선임은 주주의 고유권한으로 소버린이 원한다면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SK㈜는 이사회에 참석해 투자이유 등을 설명해줄 것을 소버린측에 요청했다. SK는 이와 함께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통해 소버린을 포함한 전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소버린측이 보유중인 SK텔레콤 주식 등 계열사 주식을 매각해 기업가치를 높이자고 요구할 경우 적극 반대키로 했다. "SK텔레콤 지분 매각이 기업가치를 올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 그린메일 응하지 않기로 =SK는 소버린이 장기투자자라고 밝히고 있으나 기업가치 제고를 내세우며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헤지펀드(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투기성 자금)였던 타이거펀드가 IMT-2000 등 차세대 이동통신사업 투자를 위해 SK텔레콤이 실시하려던 유상증자를 반대하고 임시주총을 요구하는 등 사사건건 개입했던 전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SK 관계자는 "본질가치를 높이자는데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협의를 벌이되 법률과 정관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주요사안을 놓고 주총에서 표대결을 벌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소버린은 나아가 그린메일(주식매집 후 경영권이 취약한 대주주에게 비싼 값에 되파는 행위) 시도에 나설 수도 있다는게 재계의 판단이다. 특히 14.99%의 지분을 취득한 소버린이 0.01%의 지분만 추가 취득하면 SK텔레콤에 대한 SK㈜의 지배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 그린메일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무는 이에 대해 "그린메일에 응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과도한 요구에 굴복하지 않을 방침임을 명확히 했다. ◆ 모든 수단 동원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소버린이지만 투자가치 극대화를 위해서는 적대적 M&A를 시도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SK㈜가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지정됨에 따라 그동안 출자총액제한을 받던 주요 계열사들의 의결권이 부활되는 등 M&A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소버린이 주식을 추가로 매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소버린이 SK㈜ 주식을 15%이상 취득하면 SK텔레콤의 의결권도 줄어들게돼 경영권방어에 비상이 걸리게 된다. SK는 포스코 등 '백기사'를 동원해 우선 SK텔레콤의 경영권을 방어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SK텔레콤 지분 6.84%를 갖고 있어 SK그룹의 의결권 지분이 현재 24.07%에서 11.26%으로 낮아질 경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또 우리사주 10.23%를 포스코에 넘길 수도 있다. 이 경우 SK텔레콤에 대한 우호지분은 포스코를 포함해 최대 30%가 넘어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 용어풀이 ] 백기사(白騎士.white knight) =우호적인 제3자 매수측. 백마의 기사라고도 불린다. 적대적인 인수합병(M&A)의 대상이 된 기업이 적당한 방어수단이 없을 경우 우호적인 제3의 매수희망기업을 찾아 매수 결정에 필요한 정보 등 편의를 제공해 주고 매수오퍼를 하게 된다. 이때 매수대상기업의 경영자에게 우호적인 제3자 매수측이 백기사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