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호전되고 있다. 체감경기도 바닥을 친 느낌이다. 이라크 전쟁이 예상보다 빨리 끝나고 북핵 문제가 해결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외 경제주체들이 느꼈던 불안감이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하락과 세계수요 회복기대로 주가는 600선을 회복했고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도 무디스가 신용전망을 강등하기 직전인 지난 2월초 수준으로 하락했다. ◆ 체감경기 최악 벗어나나 1.4분기중 소비자와 기업의 체감경기는 매우 나빴다. 6개월 전과 비교한 3월의 경기.생활형편 지수는 63.9로 통계청이 1998년 11월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았다. 기업인들이 느끼는 4월 체감경기도 90.2로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 그러나 미.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고 북한이 다자간 협상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외평채 가산금리는 지난 3월 한때 1.95%포인트까지 급등했으나 14일엔 1.25%포인트로 낮아졌다. 무디스가 한국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었던 지난 2월11일의 가산금리 수준(1.28%포인트)보다 더 낮아졌다. 금명간 국가리스크 실사작업에 착수할 무디스가 신용전망을 올려주거나 최소한 또다시 낮추지는 못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 봄직하다. ◆ 실물경기 호전 가능성 높아져 종전후 유가가 안정되면서 국내 민간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호인 재정경제부 경제분석과장은 "석유 관련 제품이 민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으로 10.7%"라며 "유가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가 떨어지면 수입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 수익성이 개선되고 무역수지도 좋아진다. 유가 1달러 하락시 무역수지 개선효과는 연간 9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2.4분기부터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총생산(GDP)과 달리 GNI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국민소득(외국인 지급소득 제외)과 교역조건(수출 1단위로 교환할 수 있는 수입량) 변화에 따른 무역손익을 더해 산출하기 때문에 체감경기와 더욱 밀접한 관련이 있다. GNI 성장률이 2001년 1.4%, 2002년 4.9%로 GDP성장률(2001년 3.1%, 2002년 6.3%)에 크게 못미쳐 체감경기가 급속히 냉각됐다는 지적이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계속 떨어지고 수출 단가는 반도체 등 주력수출품 위주로 하반기부터 가격이 회복될 것"이라며 "GNI 성장률은 지난 1.4분기가 바닥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 세계경기 회복이 관건 주가와 외평채 가산금리 등이 좋아지고 있지만 실물경기는 아직은 안개 속이다. 실질 국민소득이 개선되지 않았고 세계시장 수요 회복도 단언하기는 어렵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장은 "외부여건이 개선되고 있으나 경기회복의 관건은 기업투자 및 소비심리가 얼마나 회복되는지에 달렸다"며 "세계경기 회복 추세가 뚜렷해지고 북핵 문제가 확실히 해결된다는 전망이 서면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