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유통현장 영국 테스코를 가다] PB상품비중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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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명물 타워브리지에서 차로 15분쯤 달리면 신흥 금융타운 카나리워프가 나온다.
은행 증권사 등이 밀집한 이 지역엔 출퇴근 시간에 더욱 붐비는 점포가 하나 있다.
영국 최대 유통기업 테스코가 운영하는 "메트로 카나리워프점"이 그곳.
20층 건물 2층에 있는 점포에는 샐러드 샌드위치 파스타 생선초밥 과일 등 1천가지가 넘는 테이크아웃 식품들이 잔뜩 진열돼 있다.
티나 미첼 점장(28)은 "하이퍼마켓(할인점)과 달리 90%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며 "한 주간에 45만명이 넘는 직장인이 먹거리를 사러 온다"고 설명했다.
◆4개 형태 점포로 매출 극대화
테스코는 네 가지 형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매장 면적이 3백∼5백평인 '메트로'는 주요 도시에 1백67개가 있다.
하이퍼마켓 '엑스트라'(3천평 이상)는 62개,슈퍼슈퍼마켓 '수퍼스토어'(5백∼1천5백평)는 4백41개,편의점 '익스프레스'(50평)는 1백9개가 있다.
최근에는 1천2백2개 점포를 보유한 T&S 스토어를 인수했다.
해외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테스코는 지난 94년 헝가리 진출을 시작으로 유럽과 아시아 10개국에 2백99개 점포망을 구축했다.
99년에는 삼성물산과 합작,삼성테스코를 설립했고 홈플러스를 앞세워 한국 할인점 업계 2위로 뛰어올랐다.
테스코그룹은 지난해 영국 본사와 한국을 포함한 해외 법인에서 모두 55조5천6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지난 8일 발표했다.
세전이익은 2조6천4백억원에 달했다.
테리 리히 테스코 회장(47)은 한국 사업과 관련,"장기적으로 대형 할인점을 50개 이상 여는 것이 목표지만 영국이나 태국에서처럼 상권과 입지에 따라 다양한 점포를 여는 출점 전략을 한국에서도 곧 시범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체 브랜드가 매출의 40%
테스코가 해마다 10% 이상의 높은 매출증가율을 기록하며 영국 유통업계에서 1위를 달리는 데는 자체 브랜드(PB)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현재 테스코 매장에 깔린 4만여개 상품 가운데 2만4천여개가 PB다.
한국 할인점의 PB 비중이 고작 5∼16%인 데 비해 테스코에서는 60%나 된다.
코카콜라나 네슬레와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보다 '테스코 콜라'나 '테스코 커피'가 눈에 더 잘 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테스코는 고객층에 따라 PB를 '테스코(Tesco)' '밸류(Value)' '파이니스트(Finest)' 등 세 가지로 구분한다.
또 유명 브랜드와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5∼15% 싸게 팔고 있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런던 근교에 있는 '엑스트라벡톤'점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PB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40%를 넘어섰다.
◆세계 최대 식품 인터넷몰
그로서리 인터넷 쇼핑몰 테스코닷컴(www.tesco.com)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매주 7만건 이상의 먹거리 주문을 처리한다.
배송 가능지역은 영국 전역의 96%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테스코닷컴에서만 6천7백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런던 북쪽 30㎞ 지점의 주택가에 있는 '포터스 바'점에서 둘러본 인터넷 주문 처리과정은 판촉행사에만 매달리는 한국 할인점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근에 3천여채의 단독주택이 있는 포터스 바점에서는 새벽 5시면 메인 컴퓨터에 전날 들어온 주문 리스트가 뜬다.
금요일에는 주문이 90건에 달한다.
평균 구매금액은 18만원.
일반 고객에 비해 월등히 높다.
배달은 냉동·냉장설비를 갖춘 3대의 밴이 맡고 있다.
포터스바 점의 닷컴 매니저인 커티스 래이(26)는 "점원 4명이 '팀패드'와 스캐너가 달린 카터를 끌고 다니며 고객 대신 물건을 담는다"며 "한 번에 고객 6명의 주문을 컴퓨터가 지시하는 최단거리 정보를 이용해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런던=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