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에서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알려진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이 '큰장'을 예견,주목받고 있다. 박 사장은 16일 "최근 상승장세는 종합주가지수 700을 넘어 1,000을 돌파하는 대세상승의 초기국면으로 봐야 한다"며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현장세를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에서 일시 반등장)'로 보는 것과는 대조적인 시각이다. 박 사장이 '큰장'을 점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북한 핵문제가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국가 리스크인 동시에 한국시장의 디스카운트(할인) 요인의 본질인 '북한 위험'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국내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희석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현재 8배에 머물고 있는 한국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5배인 대만 수준만큼 오를 수 있다는 얘기.박 사장은 단기적으로 10배 수준까지 회복될 것이며 이 경우 종합주가지수는 700선까지 도달하게 된다고 밝혔다. 둘째 이유는 주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그는 "국내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 정도로 자산가치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PBR가 낮은 것은 국내 증시에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위험이 없었기 때문이란 것.하지만 최근 외국계펀드의 SK㈜ 지분 매집사태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적대적 M&A의 위험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대주주와 기업들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지분을 늘려야 하는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향후 1∼2년간 기업 및 대주주측으로부터 주식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박 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국내 기관의 주식비중이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에 와 있다는 대목에도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 수년간 채권시장의 호황으로 채권쪽으로 자금이 몰렸지만 격감한 발행물량 등을 고려하면 채권시장의 향후 전망은 밝지 못하다고 박 사장은 지적했다. 그는 "채권쪽에 과도하게 몰렸던 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초기단계에 와 있다"고 분석했다. 박 사장은 국가리스크 해소에 따른 주가 리레이팅(재평가) 및 수급개선에 의한 대세상승 장세는 향후 1∼2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시적인 조정을 거치겠지만 종합주가지수는 700선에 올라선 뒤 1,00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박 사장은 "단기적으로 과열징후가 나타나고 있지만 대세상승의 초기엔 언제나 과열논란이 빚어진다"며 "지수선물의 콘탱고(고평가)로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늘어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큰장의 초기 징후"라고 풀이했다. "경기사이클을 보면 주식을 사기 어렵다"고 말한 그는 "경기가 단시일 안에 회복세로 돌아서기는 힘들겠지만 최악의 국면은 지나갔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올 2분기가 바닥으로 판단되며 경기가 더 빠지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주가는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