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김현자(국립무용단장)의 춤세계는 다분히 동양적이다. 그녀는 사람과 자연 나아가 우주가 한 데 어우러지는 '물아일체'라는 말을 좋아하고 또 이를 작품속에서 표현해 내는 데 주력해 왔다.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기(氣)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는 '생춤'이라는 독특한 춤을 개발한 것도 그녀의 이러한 이력과 무관치 않다. 김 단장이 이끄는 국립무용단이 제84회 정기공연 '바다'를 24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국립무용단의 올해 첫 작품으로 우리의 눈과 마음에 비친 바다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본격 이미지 댄스다. 이번 작품은 지난 2000년 선보인 전작(前作) '바다'를 전반부로 하고 새롭게 만든 후반부를 합쳐 함께 공연된다. 전반부가 '눈으로 보는 바다'의 질서정연한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면 후반부는 '마음으로 보는 바다',즉 바다의 내면에 담긴 모습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꿈을 찾아 절규하고 흐트러지는 바다가 혼란을 극복하고 고요를 찾아가는 과정을 표현해 보인다는 게 김 단장의 의도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통춤 고유의 정적인 움직임에서부터 한국 전통 춤사위에서 뽑아낸 활발하고 역동적인 부분을 십분 활용한 춤에 이르기까지,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힘과 강한 표현력을 지닌 한국춤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살풀이로 먼 바다의 흐름을 표현하기도 하고 우리 고유의 무술인 태껸으로 바다의 격정적인 힘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국립무용단원들은 지금까지 입던 한복형식의 연습복 대신 보디라인이 드러나는 타이즈를 입고 연습에 임하는 등 김 단장 부임 이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수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설치미술가 전수천이 이번 작품의 무대미술을 맡았다. 전수천은 김현자의 작품에서만 무대미술을 선보여 왔다. 서로가 '팬'임을 자처하는 두 사람은 창작춤 '움'(1999),'그 물속의 불을 보다'(2002)' 등을 통해 호흡을 맞춰 왔다. 공간을 단순히 무대로서만 이해하지 않고 작품의 하나로 구성한 전수천의 무대미술은 '바다'를 감상하는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한다. (02)2274-1173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