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3:13
수정2006.04.03 13:14
CO(최고책임자)제도가 확산되면서 CEO(최고경영자)외에 분야별 책임자를 두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웬만한 기업은 CFO(최고재무책임자)나 CIO(최고정보책임자) CPO(최고생산책임자) 등을 두고 있다.
하지만 중견 의류업체인 이랜드그룹처럼 CDO(최고디자인책임자) CSO(최고전략책임자) CHO(최고인사교육책임자)까지 임명한 기업은 드물다.
이랜드 그룹에는 무려 12명의 최고책임자가 있다.
각 분야의 최고책임자들이 창업주 박성수 회장을 직접 보좌하며 그룹을 이끄는 체제다.
'예수와 12사도'를 연상케 하는 경영구조다.
마침 박성수 그룹 회장이 교회장로이고 임직원들도 절반 이상이 기독교 신자다.
회사 차원에서 순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는 '십일조'를 실천하고 월요 주간회의 때마다 예배를 볼 정도로 기독교 색채가 짙다.
해외 선교사업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랜드가 예수의 12사도를 염두에 두고 12명의 최고책임자를 임명한 것은 아니다.
이랜드 그룹이 최고책임자 제도를 도입한 것은 지난 99년.
처음엔 CEO와 CFO뿐이었지만 경영의 세분화와 전문화에 맞춰 분야별 최고책임자를 두다보니 그렇게 됐다.
올해초 임동명 부장을 CPO로 임명함으로써 12명으로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우연의 일치이기는 하지만 CO구조와 의사결정 방식은 예수의 12사도와 유사하다.
12명의 CO들은 현안이 있을 때 박 회장을 독대할 수 있고 박 회장도 이들을 수시로 불러 의견을 구한다.
이랜드는 그룹 총괄 CEO인 이응복 부회장과 8개 계열사 대표들에게도 프로젝트 단위의 사업을 추진할 경우 관련 분야 CO의 조언을 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박 회장과 계열사 대표이사들에게 자문을 해주는 위치인 만큼 최고책임자는 그룹내 해당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예컨대 CDO인 강미경 이사는 그 자신이 디자이너인데다 8개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디자이너 3백여명의 신상명세를 속속들이 알고 있을 정도다.
CHO인 정희순 상무도 마찬가지.
여러 계열사를 순환근무한 그는 그룹내 1천8백여명의 임직원 이력과 각 개인의 성향을 모두 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상무는 "최고경영자가 만물박사일 수 없으므로 각 분야마다 사내에서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은 사람을 CO로 임명해 자문역을 맡기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전문 분야를 개발하도록 독려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가 꾸준히 성장가도를 달려온 것도 이같은 제도에 힘입은 바 크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