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촉촉히 적시는 실화 3편 .. '다락방의 베토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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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곧 사람이라고 했다.
책장을 넘기다가 콧날이 시큰해지는 대목을 만날 때, 우리는 눈이 아니라 가슴으로 그 책을 읽게 된다.
한 한국 청년이 미국 차세대 지휘자 5인방으로 성공하기까지의 인생역정, 아버지가 갇혔던 역사의 철창 안으로 뒤따라 들어간 아들, 백인들의 총칼 앞에 영혼의 땅을 지키다 희생된 인디언 영웅 얘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 다락방의 베토벤 ='오케스트라 부흥사'로 불리는 함신익 대전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의 자전적 에세이.
그는 음대 졸업 후 단돈 2백달러를 들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강의실에서 새우잠을 자며 학비 한푼도 들이지 않고 공부를 마친 뒤 1백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인 최초의 예일대 교수가 된 명지휘자.
이스트만 음대 박사 과정 때 깁스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영원한 전설'로 끌어올렸고 흰머리.청바지 연주회, 축구복 연주회로 청중을 감동시켰다.
텍사스 주 애벌린 시는 예술과 경제를 함께 살려낸 그에게 '함신익의 날'을 선물했다.
10년 만에 고국 무대에 선 날, "가진 것 없이 널 떠나보낼 때 가슴이 미어졌다"며 눈물짓는 아버지의 모습도 찡하다.
독특한 오케스트라 운영과 연주 철학, 성장 과정, 미국유학 생활 중의 말못할 사연,아내 '위니'와 딸 '멜로디'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 함신익 지음, 김영사, 8천9백원 )
◆ 아버지, 당신은 산입니다 =미분 기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였던 수학자 안재구 박사(70).
그는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세계수학자대회'에서 그의 학문과 양심을 호소하며 항의해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9년 만에 가석방된 그는 경희대에서 강의하던중 아들 영민씨(현재 민족21 기자)와 '구국전위' 사건으로 재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5년 뒤 가석방됐다.
"전에는 내가 그 안에 있고 네가 밖에서 면회를 하더니만 오늘은 정반대가 되었구나."
고난에 찬 아버지의 길을 묵묵히 따르는 아들.
'큰 강이 작은 시냇물을 이끌고 역사의 바다에 이르는 풍경'이 명치끝을 찌른다.
( 안재구.안영민 지음, 아름다운사람들, 9천5백원 )
◆ 인디언의 전설, 크레이지 호스 =19세기말 백인들은 미국 중부 대평원 인디언들의 정신적 고향인 검은언덕에 '풀뿌리에도 금이 묻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미친듯이 달려든다.
크레이지 호스(성난 말)는 미군과의 전쟁에서 한번도 패한 적 없고 한발의 총알도 맞은 적 없는 영웅.
현대식 무기의 군대를 격파하고 추장이 변심할 때에도 부족민과 함께 끝까지 항전했다.
그러나 백인에게 말려든 부족민의 속임수에 빠져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땅은 우리의 어머니'라던 그의 애절한 목소리가 21세기 세계제국의 깃발에 오버랩된다.
( 마리 산도스 지음, 김이숙 옮김, 휴머니스트, 1만8천원 )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