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종교와 리스크관리 .. 전광우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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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jun@woorifg.com
하버드대 총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로런스 서머스 박사를 처음 만난 것은 10여년 전 세계은행에서 같이 근무할 때이다.
미국 재무장관 등을 역임한 서머스 박사는 학자로서,국제기구 및 정부관리로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 인물이다.
그의 재능 중에서 말솜씨 또한 빼놓을 수가 없는데 종종 생각나는 그가 들려준 이야기가 하나 있다.
17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과학자요 철학자였던 데카르트의 확률론적 신앙관이 그것이다.
당대 최고의 석학이었던 데카르트는 일찍 기독교에 대해 비판적이었는데 '지성인이 증명할 수 없는 신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던 중 그의 마음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되었는데 신의 존재여부,그리고 인간이 신을 믿느냐 안 믿느냐라는 가능성이 네가지 시나리오로 요약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였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하나님이 존재하고 내가 믿는다',두번째는 '하나님이 존재하는데 내가 믿지 않는다',세번째는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데 내가 믿는다',그리고 마지막 시나리오는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고 내가 믿지 않는다'가 그것이다.
네가지 시나리오 중 첫번째는 사후(死後)에 천국에 가는 행복한 결말이고 네번째는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니 고민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두번째와 세번째 가능성이 문제인데 신이 존재하는데 믿지 않았다면 지옥행이라는 엄청난 비극이 펼쳐지는 것이 두번째 경우이고 신이 존재하지 않는데 믿었다면 살아 있는 동안 신앙생활로 헛수고한 셈이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크고 영원한 고통이 따르는 두번째 시나리오는 신앙생활에 시간을 낭비한 세번째 가능성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심각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두번째 시나리오의 발생 확률이 아무리 적다고 하더라도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때문에 데카르트는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결국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게 된다.
이를테면 인간의 가장 궁극적인 불확실성,즉 사후에 대비하는 최고의 리스크(위험) 관리는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갖는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CEO로 꼽히는 교세라그룹의 이나모리 회장은 "최고경영자의 역할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는 종교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기독교의 부활절을 지나면서,그리고 4월 초파일을 앞두고 우리 모두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