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실패 사례 CNI네트워크 컨소시엄에 인수된 통일중공업은 신주가 상장된 지난달 31일부터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4월1일 주가는 1천7백15원.그러나 이후 5일간 하한가 행진을 계속했다. 지난 18일 현재 주가는 7백85원으로 뚝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통일중공업을 CRC가 개입한 작전의 실패 케이스로 보고 있다. 이번 작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A사는 유상증자 물량을 받은 컨소시엄 회원사들로부터 주식을 상장 전 매입한 뒤 이를 투자자들에게 프리미엄을 붙여 재매각했다. 물론 일정기간 되팔지 않도록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이 주가가 이틀 연속 상한가를 치자 차익실현을 위해 이 물량을 팔기 시작하면서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매매계약을 하면서 팔지 않기로 약속했던 주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A사와 관련돼 있던 B사는 증권예탁원에 이 주식을 분실신고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말 삼립식품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내외R&C라는 회사가 삼립식품을 인수한 파리크라상 컨소시엄 회원사인 KTB 캐피탈라인 계림CRC 등으로부터 보호예수가 되지 않은 주식을 통째로 사들여 주가 조작에 나섰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CRC 시장의 붕괴 원인 CRC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호황을 누렸다. 2002년 7월 이전에는 거래정지일 주가에 감자 비율을 곱해 시초가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4 대 1 감자를 한 주식이 2천원에 거래정지됐다면 8천원에 거래가 시작됐다. 5천원에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는 며칠 하한가 행진이 진행된 뒤 주식을 팔아도 일정한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시초가 산정이 거래정지일 가격의 50∼2백% 내에서 동시호가를 받아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업계 관계자는 "CRC들이 단기간에 투자 이익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작전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산업자원부에 등록된 CRC의 투자는 8천86억원으로 2001년에 비해 4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경영권 인수를 위한 투자는 전체의 12.2%인 9백90억원에 그쳤다. CRC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부실 기업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부담하는 대신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해야 부실 기업 처리과정에 자금이 제대로 투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