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원회의 22일 고영구(高泳耉)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선 고 후보자의 이념성향과 경력 및 국정원 개혁방향을 집중 검증했다. ◇경력.이념 =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민한당 의원, 한겨레민주당 정책위원장 등 당적을 다섯번이나 바꾼 것을 보면 전형적인 정치지향 인물"이라고,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5공정권의 관제야당인 민한당 의원을 지냈는데 개혁정권의 국정원장으로 적합하다고 보느냐"고 각각 고 후보자의 경력을 문제삼았다. 이념문제와 관련, 함승희 의원은 "지난 92년 김일성으로부터 200만달러 공작금을 받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간첩 김낙중 석방대책위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대법원이 반국가단체로 판시한 한민통의 전신인 한통련을 위해 활동한 점을 보면 정보기관 총수로서의 사상성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형근 의원도 "김낙중 사건은 제가 수사한 것으로 전형적인 간첩사건인데 고 후보자는 김씨를 어떤 책에서 `평화주의자'라고 평가했다"며 그 배경을 묻고 "고 후보자가 회장을 지낸 민변 인터넷 사이트에는 `제국주의 반대'라는 용어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한나라당 이윤성(李允盛) 의원도 "김낙중씨 석방운동을 한 이력에 비춰 이념이나 주의.주장에 편중된 시각을 갖고 있는것 아니냐"고 가세했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의원은 국가보안법에 대해 유지, 개정, 폐지와 대체입법중 어느 견해를 지지하느냐고 묻고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민변회장 당시 국가보안법 폐지견해를 언제 수정했느냐"고 따졌다. 박 의원은 또 고 후보자가 지난 91년과 97년 신문기고에서 진보정당의 필요성을 주장한 점을 지적, "진보정당은 이념적으로 사회주의 내지 민주사회주의 정당, 지지계층으로는 노동자 계급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을 말하느냐"고 물었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국정원마저 개혁세력으로 포장된 친북좌파가 포진하면 이 나라가 가는 방향은 자명해진다"면서 증인으로 채택된 서동만 교수의 이념문제도 제기했다. ◇국정원 개혁 = 민주당 천용택(千容宅) 의원은 "현재 정보기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탕으로 국정원 개혁논의가 중구난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미래지향적 정보기관상을 만드는 방향으로 국정원을 개혁해야 한다"면서 "현재 논의되는 국내외 정보수집 분리나 특정분야 정보수집 제한이 타당성이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박상천 의원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과 관련, "북한 및 국외와 연관성없는 국내보안범죄 수사권을 검경에 이관한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를 말하느냐"고 추궁했다. 한나라당 유흥수(柳興洙) 의원은 "국정원 개혁의 첫 방향은 고유기능을 활성화.정상화하는 일이며, 과거 대북송금 개입과 정보기관 수장의 무분별한 접촉을 지양하고,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대공수사권의 효율적 운용 등 정상적인 국가기관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윤성 의원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국정원이 수집한 정보의 배포과정에 개입해 정보왜곡이나 과장 우려가 있다"면서 "국정원, NSC, 청와대 국정상황실 등 핵심 정보라인에서 시스템상의 부조화가 발생할 우려는 없느냐"고 물었다. ◇국가보안법 = 여야 의원들은 고 후보자가 서면답변에서 보안법의 개정 필요성을 주장함에 따라 이의 타당성과 개정 범위를 집중 추궁했다. 박상천 의원은 "후보자는 민변회장 당시 국가보안법 폐지견해를 언제 수정했느냐"면서 "국가보안법 개정을 지지한다면 그 이유와 개정내용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홍준표 의원은 "정부를 참칭하는 단체를 반국가단체로 보는 보안법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위해선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흥수 의원은 "북한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인데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한 단체에 대해서만 반국가단체로 개정하자는 게 타당하느냐"며 "한총련은 현재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적단체로 규정돼 있는데 수배를 해제할 수 있느냐"고 가세했다. ◇대북정책 = 박상천 의원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3자회담 관련, 앞으로도 북한이 한국참여를 반대할 경우 정부의 대책을 묻고 "북핵문제가 협상에 의해 해결될 때 '제2의 제네바합의'는 '다자협정'의 형태가 적합하고, 다자협상의 당사국들이 협정 당사국이 되기 쉽다는 견해가 국제사회에 있다"면서 이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이윤성 의원은 "3자회담과 남북장관급회담이 국민의 주요 관심사항으로 부각된 상황에서 국정원은 유사시에 대비한 위기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면서 3자회담에서 배제된 우리의 참여방안과 한미동맹관계 강화 방안을 물었다. ◇도덕성 = 여야 의원들은 고 후보자가 신고한 10억9천여만원의 재산내역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부인이 강원도 영월군 주유소 땅을 경매에서 낙찰받은 경위와 장남이 판사발령 4년만에 아파트를 취득한 경위, 과천 그린벨트내 주택소유 경위 등을 중점적으로 물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전승현기자 bingsoo@yna.co.kr shch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