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3:22
수정2006.04.03 13:24
qsjung@sam-woo.co.kr
장영실(蔣英實)하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세종시대의 대표적 과학자다.
비록 천한 신분이었지만 그 재능 때문에 발탁되어 해시계 물시계 측우기 등 많은 발명을 해 우리의 과학사에 우뚝 솟은 위대한 분이다.
실사구시(實事求是)를 바탕으로 한 실학사상의 대가인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도 도면과 거중기를 만들어 수원성 축조의 업적을 남겼을 뿐 아니라 물레 등을 고안해 직조의 편리함을 보급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우리는 첨성대 금속활자 등 남다른 과학기술의 재능을 이어왔으며 이것이 5천년 역사의 명맥을 유지한 힘이었는지 모른다.
60년대부터 기록적인 '압축성장'을 이끌어온 것도 과학기술에 유달리 강한 민족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어려운 처지의 한국을 돕기 위해 한강다리 또는 KAIST같은 연구소를 건설해주겠다고 제안해 왔을 때 우리는 선뜻 연구소를 선택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 후 대덕밸리 등 많은 연구소들이 생겨 우리의 과학과 기술이 급속도로 향상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과학기술을 담당할 이공계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과학기술을 다루는 20여 개의 위원회 총 정원 1백58명중 전문기술직은 극소수라고 한다.
공직사회의 실태는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신규채용 국가 공무원 가운데 과학기술분야 인력은 7%에 불과하다.
거기다 어려운 것은 되도록 피하고 돈벌이가 되는 곳만을 찾는 사회풍조와 맞물려 이공계 기피 현상마저 심화되고 있다.
이에 영향받아 작년 대입 수능시험 자연계 응시비중은 27%로 지난 97년 43.3%에 비해 급격하게 줄었다.
이공계가 활성화되어야 우수한 엔지니어들이 많이 양성될텐데 세상은 거꾸로 돌아가는 듯해 답답하기만 하다.
세계는 지금 최첨단과학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말이다.
과학기술이 푸대접받으면 산업의 발전은 불가능하며,자연히 경쟁대열에서 낙오하게 된다.
과학기술은 분명 어려운 분야다.
머리 좋고 과학적 사고를 가진 학생들이 어렵고 힘든 곳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배려가 시급하다.
어려움에 도전하지 못하는 민족은 쇠락한다.
이공계 출신 엔지니어들이 정부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을 눈 여겨 봐야 할 것이다.
장영실과 같은 과학도들을 많이 배출하지 않고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우리의 살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