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일 때마다 정부가 가장 먼저 빼드는 게 바로 '세무조사'라는 칼이다. 돈많은 일부 부유층이 부동산시장을 1차 점화시키면 집값 상승세가 주변 지역으로 퍼져 결국 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판단 때문인데,효과가 워낙 뛰어나 '보도(寶刀)'라고 불릴 정도다. 사실 은행들의 프라이빗 뱅킹(PB)서비스를 이용하는 고액자산가들의 최우선 관심사가 절세(節稅)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워낙 돈걱정이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재산을 두배,세배씩 불리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다. 하지만 세금을 한푼이라도 덜 내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라는 게 일선 프라이빗 뱅커(PB)들의 얘기다. 이런 성향은 채권 주식 등 재테크 상품 전반에서 쉽게 나타나지만 특히 부동산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는게 일선 PB들의 설명이다. 서울 소재 모 대학의 경영학과 교수를 고객으로 두고 있는 A씨. 그는 최근 이 고객에게 40억원짜리 상가건물 1채를 매입해 주면서 진땀을 뺐다. 상대가 경영학과 교수이다보니 세금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데다 성격까지 꼼꼼해(?) 매물선정에서부터 매입에 이르기까지 3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이 가운데 상당기간이 절세방법에 대한 상담에 소요됐음은 물론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중은행들은 PB고객들을 대상으로 '세테크'강의를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전·현직 국세청 공무원들을 초빙해 일선 PB들에게 세금관련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또 반대로 국세청 공무원들이 PB들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와 고액자산가들의 절세,혹은 탈세요령에 대해 얘기를 듣기도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큰손'들은 왜 이렇게 세금내기를 싫어하는 걸까. PB객장에서 만난 한 고액자산가는 냉소적으로 말했다. "걸핏하면 정치인들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데 세금 열심히 내서 뭐합니까."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 ◆알림=매주 화요일에 연재되는 '은행PB들의 부동산 이야기'에서는 다음 회부터 한달간 독자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 만한 실전 세테크 강의를 연재합니다.